러 100년만에 디폴트, 1억달러 지불 못해

서방 제재로 지급 통로 막혔다…볼셰비키 이후 100년 만의 디폴트 러 '상환 완료했다' 주장하지만, 거래 금지로 상환 불가 블룸버그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배제되는 암울한 신호'

2022-06-27     안신희 기자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러시아가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미국 달러 지폐들 위에 러시아 루플 지폐가 놓여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약 1억달러(약 1천300억원)의 외화 표시 국채 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가 되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인해 외채 이자 지급 통로가 막혀서 발생한 사태다. 원래 지급일인 지난달 27일에서, 30일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이자를 지불하지 못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상환했으며, 유로클리어가 개별 투자자의 계좌에 입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제재로 인해 돈을 받을 수 없다. 앞서 미국이 자국민에 대해 러시아 재무부·중앙은행·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까지는 투자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었지만, 이후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공식 디폴트 선언은 주요 신용평가사에서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이들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태다. 다만 채권 증서에 따르면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가 발생한다.

러시아 루블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를 맞게 되었다. 다만 해당 모라토리엄은 외채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외채에 대한 디폴트는 사회주의 혁명 시기인 1918년에 혁명 주도 세력인 볼셰비키가 '차르(황제) 체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던 이후로 100여 년만이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정치·경제·금융 측면에서 서방으로부터 배제되기 시작하는 '암울한 신호'라고 평가하며,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되고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미 제재로 러시아 경제에 충격이 온 상황에서, 이번 디폴트는 상징적 측면이 강하며 러시아가 인플레이션 등 자국의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