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멕시코 물 부족, "기업 아닌 주민 물 사용이 우선되어야"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여러 달째 물 부족 현상 하루 6시간만 수돗물 사용, 일부 지역에서는 며칠째 물 안 나오기도 "반사막 지역이 더 건조해지는 명백한 기후변화의 결과"

2022-06-28     안신희 기자

[월드투데이 안신희 기자] 멕시코 북부 지역이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24일, 멕시코 산티아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7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부 누에보레온주 물 부족과 관련하여 "기업이 아닌 주민들이 사용할 물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해당 지역 기업들에게 물 사용량을 줄일 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하며, 절수 기업에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누에보레온주는 여러 달째 물 부족에 시달려왔다. 주도인 몬테레이는 근교 도시를 포함하여 인구가 530만 명에 달하는 멕시코의 인구 규모 2위 도시로, 여러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소득 수준도 높은 편이다. 한인들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최근 몬테레이에서는 몇 년째 이어진 강수량 부족, 40도를 웃도는 이례적 무더위, 인구 증가에 따른 물 수요 급증으로 저수지가 급격히 말라갔다. 해당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댐 저수지 세 곳 중 세로프리에토 댐과 라보카 댐의 저수율이 각각 2%, 9%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한 곳인 엘쿠치요 댐의 저수율은 45% 수준이다.

이달 들어 몬테레이에서는 오전 4시부터 10시, 하루 단 6시간만 수돗물이 나온다. 그마저도 일부 지역에서는 며칠씩 물이 한 방울도 안 나오기도 한다. 몬테레이 주민 마리아 후아레스는 '지난주엔 수돗물이 전혀 안 나와서 생수로 샤워를 해야 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지난 20일, 멕시코 몬테레이 급수 시설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불안한 주민들의 사재기로 슈퍼마켓에서 물이 동나기도 하고, 급수 시설 앞에서 사람들이 물통을 들고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물 공급이 불안하여, 분노한 주민들이 공용 물탱크를 습격해 물을 퍼가는 일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 지역에 있는 주류·음료 기업들이 제한 없이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재로서는 올여름에 더 많은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누에보레온주에 신규 댐 건설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내년 말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를 불러온 것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라를 분석이 있는 만큼, 이번 물 부족 사태가 '기후위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폐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무엘 가르시아 누에보레온 주지사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여기 바로 그 결과가 있다"라며 "이건 명백한 기후변화의 결과다. 반사막 지역이 더 건조해진다"고 지적했다.

[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