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고전작가③] 대문호이자 사회운동가 - '레프 톨스토이'

어떤 수식을 붙여도 다 표현할 수 없는 러시아의 대문호 작가이면서도 일평생 '선(善)'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사회운동가 창의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의 대가..."너무나도 현실적이다"

2022-06-28     이주원 기자
[사진=위키피디아]

[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는 세계적인 대문호이다. 그는 일생 동안 사회운동가로서 활동하기도 하였다.

그는 1828년 9월 러시아 남부 영지인 아스나야 폴랴나의 한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1844년 열여섯의 나이에 카잔 대학교 동양학부에 입학한 후 그 다음 해에 법학부로 전과했지만 대학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유급 끝에 학교를 자퇴하고 만다. 이후 몇 년간 방황하던 그는 1852년 '유년시대'를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톨스토이는 부유한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지주들에게 착취당하는 힘없는 농민들의 생활상에 큰 관심을 갖고 이를 조명했다. 그는 문학을 통해 그러한 부조리함을 세상에 알렸으며, 여기에 더해 농민 계몽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난민 구제에 직접 나서는 등 '선(善)'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몸소 실천했다. 또한 톨스토이는 비폭력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의 허구성을 주장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과 평화'에서 짙게 드러난다.

한편 리얼리즘(사실주의)을 표방하는 그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톨스토이만의 생동감 넘치는 배경과 인물 묘사는 현실성을 더욱 배가한다. 

예컨대 그는 근교, 전원(田園), 실내 등 배경이 되는 공간들을 정교하게 묘사하여 마치 직접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며, 인물의 외양을 섬세히 묘사하는 것은 물론, 표정과 동작의 변화에서 파생되는 심리상태를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포착한다. 

안나 까레니나 (상)/ 안나 까레니나 (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명현 역, 열린책들, 2018.08.30.

[사진=열린책들]

러시아 상류층 사교계에서 저명한 아름다운 귀부인인 안나는(안나 아르까지예브나 까레니나)는 자신의 남편인 고위공직자 까레닌(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과의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그녀는 모스끄바 기차역에서 브론스끼(알렉세이 끼릴로비치)를 만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불륜이라는 도덕적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안나는 복잡한 외적ˑ내적 갈등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나선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하다.

-안나 까레니나(상) 中-

괴로운 삶을 이겨 내기 위해 어렵사리 일궈 낸 세계를 부수어 버리는 그 잔인함과, 가식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자신을 비난하는 그 부당함이 그녀를 격분케 했다

-안나 까레니나(하) 中-

나는 모든 것을 '안나 까레니나' 속에 썼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레프 톨스토이-

톨스토이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는 장편소설 '안나 까레니나(혹은 안나 카레니나)'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축으로 하여 타락한 러시아 귀족 사회에 대한 고찰을 담아냈다.

무릇 '가정'이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가정의 문제는 사회의 다른 여러 요소들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처럼 소설 '안나 까레니나'에는 당대 러시아 사회 전반에 대한 윤리적, 사회적, 종교적 문제가 자연스러운 맥락에서 제기된다. 작가는 이를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농촌 귀족 지주 '레빈(꼰스딴찐 드미뜨리치)'을 통해 밀도 있게 다루었다.

한편 '안나 까레니나'에는 세간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뿐만 아니라 서로가 상호작용하는 온갖 군상들의 내적 양상에 대한 탁월한 묘사도 드러난다. 등장인물의 눈썹, 눈동자, 입술 등의 사소한 떨림까지 심리와 연관시키는 톨스토이만의 뛰어난 묘사 기법은 안나 까레니나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례프 니꼴라예비치 똘스또이 지음, 윤새라 역, 열린책들, 2014.07.20.

[사진=열린책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전쟁, 종교, 삶이라는 테마로 톨스토이의 수많은 단편소설 중에서 13개의 작품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세바스또뽈 이야기>

[사진=unsplash]

그들의 얼굴과 태도와 행동을 보라. 근육 하나마다, 그 넓은 어깨마다, 커다란 장화를 신은 커다란 발마다, 평온하고도 굳건한, 서두르지 않는 행동거지 하나마다 러시아의 힘을 이루는 주요한 성질이 드러난다. 단순함과 완고함이 그것이다.

책에 실린 단편소설 '세바스또뽈 이야기'는 19세기 '크림전쟁' 당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던 '세바스또뽈'을 묘사하고 있다. 세바스또뽈 병원에는 심하게 부상당한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앓고 있으며, '제4요새'에는 총알과 폭탄이 쉭쉭대며 날아다니고 악취가 나는 진흙탕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이러한 전장의 모습은 독특한 소설의 시점으로 인해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소설 속 화자는 '당신'이라고 독자에게 부단히 말을 건넴으로써 독자가 세바스또뽈에 마치 직접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세바스또뽈 이야기'에는 여타 전쟁소설처럼 비범하고 뛰어난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영웅들은 진흙탕으로 뒤범벅된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치열하게 싸우는, 때로는 다치기도 하고 때로는 죽기도 하는 그런 러시아의 보통 국민들이다. 그의 소설에서 낭만으로 가득 찬 전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장에서의 통상적 의미로서의 '영웅성' 부재는 그의 또 다른 걸작 '전쟁과 평화'에서도 이어진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진=픽사베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다른 집에 세 들어 사는 가난한 제화공이 어느 날 외투를 마련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결국 외투를 장만할 돈을 마련하지 못한 제화공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는 가는 길에 예배당 뒤편에서 벌거벗은 채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사람은 무릇 일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명이기도 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민화(民話) 성격의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구도자(求道者)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작품 전반에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적 교리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가 삶의 본질과 종착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이 질문은 불가분 하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소설 속 여러 인물들의 삶을 바라볼 때도 부단히 던져야 하는 질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