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계속되는 창조
‘미완성의 아름다움’, 인간과 신의 시간이 만나는 성전
[월드투데이 문이동 기자] 바르셀로나의 중심부, 도시를 올려다보는 듯 우뚝 솟은 탑들이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지어지고 있는 성당으로, 1882년 첫 삽을 뜬 이후 140년 넘게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인간의 끈질긴 열정과 창조적 상상력, 그리고 시간의 누적이라는 가치를 상징한다.
◆ 가우디의 비전 - 자연과 신앙이 만나는 건축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설계를 맡은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다. 그는 이 성당을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신에게 바치는 기도이자, 자연의 형상을 담은 건축'으로 정의했다. 가우디는 직선보다 곡선이 자연을 닮았다고 믿었고, 건물 전체를 숲의 이미지로 구성했다. 내부의 기둥은 나무줄기처럼 솟아올라 천장을 잎맥처럼 펼친다.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시간대에 따라 다른 색을 만들며, 성당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가우디는 이 성당의 완성을 보지 못했다. 1926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면서 공사는 중단되었고, 이후 수십 년간 스페인 내전과 정치적 혼란으로 작업은 더욱 지연되었다. 공사 도면도 전쟁으로 소실되면서, 후대 건축가들은 남겨진 파편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복원과 재구성을 이어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과거와 현재의 건축기법이 공존하는 독특한 형태로 성장했다.
◆ 미완성의 가치 - 완성보다 중요한 과정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소성당(바실리카)’ 지위를 받았고, 2026년 가우디 사망 100주년을 기점으로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완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성당은 완성을 향한 과정 자체가 가치”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방문객은 미완성이라는 사실에서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느낀다. 인간의 시간이 멈춰도 창조는 이어진다는 메시지,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노력의 숭고함이 성당 전체를 감싼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러나 이 성당이 가진 의미는 단순히 문화유산의 범주를 넘어선다. 완성되지 않기에 영원히 변화하고, 지속되는 공사 속에서 인간은 늘 더 나은 형태를 향해 나아간다. 미완성의 예술은 완성된 예술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언젠가 모든 탑이 완성되어 바르셀로나 하늘을 찌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금도 천천히, 묵묵히 세상에 말하고 있다. “완성은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창조의 또 다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