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분석] 태국은 흔들리고, 베트남은 웃었다

범죄·환율·지정학 리스크가 갈라놓은 동남아 관광 지형도

2026-01-02     문이동 기자
태국 방콕 왓프라깨우 사원을 찾은 관광객들. /사진=EPA 연합뉴스

[월드투데이 문이동 기자] 동남아 최대 관광국으로 꼽혀온 태국의 위상이 지난해 뚜렷하게 흔들렸다. 반면 베트남은 외국인 관광객이 20% 이상 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두 나라의 희비를 가른 것은 단순한 관광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인식·환율 환경·정책 선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 리스크가 만든 ‘관광 심리 급랭’

태국 관광산업 부진의 직접적인 계기는 잇따른 납치 사건이었다. 지난해 초 태국을 경유해 미얀마·캄보디아 국경지대 범죄단지로 끌려가는 외국인 피해 사례가 연이어 알려지면서, 태국은 ‘안전한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불안 심리는 급격히 증폭됐다.

중국인 배우 왕싱이 태국 방문 중 미얀마로 납치됐다가 구출된 사건은 중국 사회에 강한 충격을 남겼다. 피해자들이 온라인 사기·보이스피싱을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태국 여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그 결과 지난해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447만 명으로, 전년 대비 30% 넘게 줄었다. 태국 전체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상당 부분을 중국인 이탈이 설명한다.

관광은 ‘사건의 발생’보다 ‘사건이 남긴 인식’에 더 민감하다. 실제 피해 확률보다 불안의 전파 속도가 관광 수요를 좌우했다는 점에서, 태국의 타격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성격을 띤다.

안보 이슈에 더해 환율 환경도 태국 관광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달러 대비 태국 밧화는 약 9% 이상 강세를 보였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숙박·식음·쇼핑 비용이 체감적으로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안전 우려 속에서 비용 부담까지 커지자, 여행지 선택에서 태국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됐다.

여기에 캄보디아 국경 인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도 관광 심리를 위축시켰다. 실제 교전 지역과 주요 관광지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불안정한 국가 이미지’는 외국인 여행객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태국 관광산업이 외부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베트남의 선택, ‘정책이 관광을 움직였다’

이 반면에 베트남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2150만 명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장 큰 요인은 비자 면제 정책의 공격적 확대였다. 베트남은 주요 39개국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여행 결정 과정에서의 행정 장벽을 대폭 낮췄다.

여기에 태국을 꺼린 중국인 관광객 일부가 베트남으로 이동한 점도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8월 베트남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4%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 합리적인 물가, 간소한 입국 절차가 맞물리며 베트남은 ‘대체 여행지’가 아닌 ‘선호 여행지’로 부상했다.

베트남의 사례는 관광산업이 단순히 자연·문화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정책 설계와 외교·치안 환경 관리에 의해 좌우되는 산업임을 보여준다.

이번 태국과 베트남의 엇갈린 여행객 수치는 동남아 관광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리조트·물가·항공 접근성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안전 신뢰도와 정책 민첩성이 관광 수요를 결정하는 1차 변수로 떠올랐다.

태국 관광청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367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중국 시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과 구조적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범죄 대응 체계, 국경 관리, 외국인 보호 시스템 전반이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단기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할 것이다. 

반대로 베트남은 ‘잘 설계된 정책이 관광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동남아 관광 지형은 이제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선택의 결과가 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여행객의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 세계인들이 갖는 공통된 인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