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포커스] 그라프-레이넷 개명 논란…남아공, 역사와 정체성 충돌

식민 유산 청산 vs 지역 공동체 반발…주민 다수 “이름 유지해야”

2026-03-30     김웅식 기자
이미지=나무위키

[월드투데이 김웅식 기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동케이프의 소도시 ‘그라프-레이넷’이 지명 변경을 둘러싸고 깊은 갈등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는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가 로버트 소부크웨의 이름으로 변경을 승인했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다.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6일 공식 확정됐으며, 청원과 찬반 시위, 항의서 제출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그라프-레이넷을 지켜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반대 움직임이 확산됐다.

그라프-레이넷이라는 이름은 18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총독 부부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오랜 기간 지역 정체성을 상징해왔다. 반면에 찬성 측은 소부크웨의 이름 채택이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 유산을 청산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남아공은 이미 2000년 이후 1500개 이상의 지명을 변경해왔으며, 정부는 이를 '회복적 정의 실현'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지역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2023년 조사에서 주민의 83.6%가 이름 변경에 반대했으며, 유색인과 백인뿐 아니라 흑인 주민 일부도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명 변경이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정체성과 기억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민들 역시 관광 산업 위축과 공동체 정체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남아공이 과거 청산과 현재 공동체의 균형 사이에서 여전히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