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75t급 액체로켓 엔진 사용, 향후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춘 엔진 개발 필요
여러 우여곡절 겪어온 한국 로켓엔진 개발의 역사는?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53_215676_3713.jpg)
[월드투데이 유효미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달 착륙선 등 앞으로의 차세대 우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100t급 추력을 갖춘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할 액체 로켓 엔진 설계와 제작기술 및 핵심 구성품 등 개발 등에는 올해 45억원, 내년에 75억원이 투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8일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2 스페이스 챌린지 사업' 추진을 확정하고 사업 공고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달 착륙선 위한 고성능 '액체로켓' 엔진 개발한다
올해 스페이스 챌린지 사업은 신규 추진 예정인 '미래 핵심 기술 선점 사업'과 지난 2020년부터 진행해 온 '학제 간 창의 융합 사업'으로 구성됐다. 사업 기한은 오는 2028년까지로 예정돼 있다. 신규 사업인 미래 핵심 기술 선점 사업은 차세대 우주 발사체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 액체로켓 엔진의 설계와 제작기술 및 핵심 구성품 개발 등 선행 기술을 개발한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에는 추력 75t급 액체 로켓 엔진이 사용됐으나, 앞으로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2030년 달 착륙선 발사, 2035년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의 대형 우주 수송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춘 엔진의 개발이 요구된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53_215673_2845.jpg)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핵심 기술 선점 사업을 통해 선행 개발한 기술을 차세대 우주 발사체 사업과 연계해 누리호 후속 발사체 발사에 필요한 엔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출연연, 산업체 등이 연합체를 구성해 하나의 연구주제에 대해 2개의 서로 다른 접근방식의 과제를 2년간 수행한 뒤 단계 평가 결과 우수한 과제를 선정해 계속 지원하는 경쟁형 연구개발(R&D)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권현준 거대공공연정책관은 "스페이스 챌린지 사업은 2030년 이후 미래 우주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목적"이라며 "달착륙선, KPS 등 대형 우주수송 업무를 국내역량으로 완수하기 위한 고성능 액체로켓 엔진의 선행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블루 오리진]](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53_215672_2554.jpeg)
30년 세월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 '액체로켓'의 시작
우리나라 액체 로켓의 시작은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첫 한국형발사체(KSLV-2)인 누리호가 마침내 우주로 향하기까지 걸린 세월이 30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발사에서 3단 75t 엔진의 연소의 조기종료로 목표 초속 7.5㎞ 도달하지 못해 마지막 궤도진입에 실패했지만, 우주발사체의 핵심인 1단부의 75t 엔진 4개 묶음과 2단부 연소과정까지는 완벽했다는 점에서 이는 큰 의미를 지니는 성과다.
공식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국산 액체로켓이 개발의 첫걸음을 내딛은 때는 지난 1991년이었다. 당시에도 고체로켓 기술은 있었지만, 사거리를 제한하는 미국의 미사일지침으로 인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고성능까지 발전시킬 수 없었다. 유일한 길은 미사일지침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고체로켓이 아닌 '액체로켓'을 자력으로 개발하는 것뿐이었다.
그 당시 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실장이었던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은 "정식 연구비가 없어서 연구소 내부, 외부에서 돈을 긁어모아 액체로켓을 개발을 시작했다"며 "로켓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외에 상세한 것은 자체적으로 연구해야 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53_215674_2845.jpg)
'나로호'에서 순수 국내 기술 기반의 '누리호'로 오기까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시간이 흘러 한국의 공식 첫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3(Korean Sounding Rocket-III)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지난 1997년 12월 시작한 KSR-3의 개발엔 외환위기에도 7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5년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2년 11월 시험 발사한 KSR-3는 고도 43㎞, 거리 80 ㎞를 비행했다. 하지만 과학로켓이라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 듯,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했다.
KSR-3에 이어 개발된 게 지난 2013년 1월 러시아의 로켓엔진이 사용된 한국형발사체 KSLV-1, 즉 나로호다. 당초 공동개발의 형태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결국 러시아의 로켓엔진을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사진=누리호 발사 순간 , 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202/407553_215675_2937.jpg)
하지만 항공우주연구원은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고 국가 프로젝트인 나로호와 별도로 30t급 액체 로켓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러시아와 협력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B플랜이었다. 그리고 이후 30t 액체엔진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이 그대로 누리호 75t 엔진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그간 미완에 그쳤던 프로젝트들이 한국이 독자개발한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의 토대가 된 셈이다.
한편 누리호 프로젝트의 최고책임자인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 최종단계의 실패를 확인한 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로켓엔진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도 외국에 가르쳐주지 않는 안보 기술이라 개발 초기에는 미국 등 우주강국의 우주박물관에 전시된 로켓엔진을 보기도 하면서 구조를 익혔다"며 "나로호 때도 기관단총을 든 러시아 보안요원의 살벌한 감시를 피해가며 러시아 과학자들과 교류를 통해 액체 로켓엔진 기술의 힌트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