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1위도 노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업계 1위를 지키기 위해 올해 52조원 투자하는 TSMC

[월드투데이 이예찬 기자] 세계 1위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삼성전자,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발표한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 올해 상반기에 착공 예정인 미국 테일러 시의 파운드리 공장과 올해 완공되는 경기도 평택의 3라인이 이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에 있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평택에 있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2022년 새해에 경기 평택 캠퍼스의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 완공과 네 번째 생산라인 'P4' 착공, 미국 파운드리 2공장 착공 등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2020년 4월 착공한 삼성전자 평택 3라인(P3)은 최근 건물 골조 공사를 거의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외관 골조 공사가 거의 마무리돼 공정률은 50% 이상으로 보면 된다"며 "골조 공사를 마치면 장비 반입을 위한 각종 준비 작업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P3라인의 완공 예정일은 애초 2023년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완공 시기를 2022년 하반기라고 밝혔다.

P3라인은 클린 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의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는 극자외선(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P4라인 건설을 위한 부지 정지 작업 등 준비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P4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가 어렵고, 아직 정해진 바도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는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한 총 289만㎡(약 87만평) 규모로, 반도체 공장 6개를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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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더 키우기 위한 시설 투자와 함께 초미세 공정 기술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차세대 3나노 이하 공정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TSMC를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파운드리 제품을, 2023년에는 3나노 2세대 제품 양산을 각각 시작할 계획이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전력은 감소시키면서도 성능을 높인 신기술이다.

TSMC, 올해 52조원 설비 투자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세계 1위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업체 대만 TSMC가 올해 440억 달러(약 52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투자 규모인 300억 달러(약 35조6천억원)보다 47% 늘어난 규모다.

TSMC는 전체 파운드리 산업이 올해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앞으로 몇 년 동안 53%의 총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조적 고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며 향후 수년간 매출 성장률(CAGR) 전망치를 기존 10~15%에서 15~20%로 상향했다.

이어 반도체 가격에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기술 선도 기업으로써의 위상과 다년간 이어질 구조적 수요 증가 예상을 고려하면 자사가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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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삼성전자[005930]와 차세대 미세 공정인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재 5㎚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HPC)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 정보통신(IT) 분야 성장세를 타고 TSMC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관계 역시 탄탄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등 수익성을 계속 높여가며 파운드리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53.1%로 압도적인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1%로 뒤쫓고 있고 TSMC는 52조원 투자로 1위의 자리를 굳게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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