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향력 재편에 나선 리야드의 거대한 실험

[월드투데이 박문길 기자] 2025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전통적 산유국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며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4년 FIFA 월드컵 개최 확정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우디 비전 2030(Vision 2030)의 핵심 축으로 작동하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다. 사우디가 스포츠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둔 것은 이미지 개선, 경제 다각화,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라는 다층적 목적을 동시에 지닌 선택이다.
이미지 개선을 넘어 국가 브랜드 리빌딩 전략
사우디가 스포츠에 집중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국가 이미지의 재설계다. 인권 문제, 왕실 관련 논란 등의 오랜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사우디는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를 국가 브랜딩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F1 사우디 그랑프리 개최, e스포츠 월드컵 출범,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 리브 골프(LIV Golf) 창설 등은 모두 리야드가 어떻게 스포츠를 ‘국가 홍보 플랫폼’으로 삼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들이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도 따르지만, 사우디는 이미 글로벌 관심의 중심에 서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전략은 경제 다변화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사우디는 ‘석유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국가이며, 비전 2030은 이를 위한 경제 개편 로드맵이다. 스포츠는 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맞물려 GDP 비석유 부문 확대의 핵심 역할을 한다.
2034년 월드컵 유치를 기점으로 호텔, 항공, 교통, 스마트시티,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총효과는 수백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연간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 중동 패권 경쟁의 새로운 무대
사우디의 스포츠 도전은 지정학적 전략 강화라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중동 국가의 위상 강화를 상징했다면, 사우디는 이를 뛰어넘어 지역 패권 경쟁에서 주도국이 되려는 의도를 행보로 보여주고 있다.
2034년 월드컵 유치는 단순한 스포츠 외교 성과를 넘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사우디가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적극적 전략의 일부다. 특히 유럽·중국·인도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스포츠 플랫폼 확대는 대외 네트워크 확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사우디의 전략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분야는 축구 스타 영입 공세다. 호날두, 벤제마, 네이마르 등 세계적 선수들을 천문학적 금액으로 영입하면서 사우디 프로리그는 단숨에 글로벌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리그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사우디 자체를 ‘세계 스포츠의 중심 무대’로 재편하려는 이미지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우디 리그는 전 세계 팬덤과 미디어의 시선을 끌어들이며 글로벌 스포츠 경제 흐름을 흔들고 있다.
e스포츠·새로운 시장 공략 - 디지털 세대까지 장악하려는 전략
사우디는 e스포츠에서도 아주 공격적인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24년 시작된 e스포츠 월드컵은 전 세계 게이머와 젊은 층을 사우디 중심으로 묶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사우디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스포츠는 향후 국가 주도 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할 여지가 큰 시장이다.
세계 스포츠의 판도가 사우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럽 스포츠 리그, 국제연맹, 글로벌 기업 모두가 사우디를 ‘미래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돈과 국가 전략이 결합할 때 스포츠가 어떻게 국제 질서를 움직일 수 있는지 사우디는 증명하고 있다.
결국 사우디의 스포츠 월드컵 전략은 단순한 오일머니의 과시가 아니라, 국가 구조 변화와 국제 영향력 확대라는 복합적 목표의 결합이다. 2034년 월드컵은 그 상징적 정점이지만, 사우디의 야심은 그 이후까지 길게 이어질 것이다. 지금 사우디는 스포츠를 통해 세계질서를 다시 쓰는 거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며, 그 파장은 앞으로 더 크게 확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