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이과 경계 허무는 교육 개편, ‘기술 이해력’이 새 교양으로
![AI 반도체 (PG). /제공=[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https://cdn.iworldtoday.com/news/photo/202512/422709_233245_529.jpg)
[월드투데이 문이동 기자] 급변하는 인공지능(AI) 발달 시대에 우리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세계 각국은 미래 세대에게 어떤 방향에서 학교교육을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자칫 교육 시기를 놓쳐 세계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세계인들은 하고 있다.
일본 교육 당국이 고등학교 문과 계열 학생들도 필수적으로 이수하는 ‘수학Ⅰ’ 과목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사이언스 기초 이론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차기 학습지도 요령 개정을 논의 중인 중앙교육심의회는 수학 과목 재편과 함께 AI 관련 기초 단원 확충을 문부과학성에 제안할 계획이다. 새 학습지도 요령은 2032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문과생에게도 기술 이해력을 갖추게 하자’는 문제의식이다. 신문은 AI 구조나 데이터 활용의 기본 개념이 현재는 여러 선택 과목에 흩어져 있어, 이과 진학 예정자가 아니면 체계적으로 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수학Ⅰ은 문·이과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고교생이 이수하는 과목인 만큼, 이 과목에 기초 단원을 포함하면 학생 간 기술 이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 문과생에게도 요구되는 ‘기술 문해력’
일본 교육 정책에서 이는 비교적 큰 방향 전환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일본의 고교 교육은 문·이과 구분이 뚜렷했고, 수학 역시 진로에 따라 학습 깊이가 크게 달랐다. 그러나 AI가 산업과 행정, 미디어, 일상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이 새로운 교양으로 부상했다. 교육 당국이 수학 과목을 통해 이를 다루려는 배경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단순 활용이 아니라 구조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코딩 실습이나 특정 도구 사용법을 가르치기보다, 데이터가 어떻게 해석되고 알고리즘이 어떤 논리로 작동하는지를 수학적 개념을 통해 설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기적인 기술 숙련보다는 장기적인 사고력 형성을 중시하는 일본식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문과 학생들도 통계·확률, 데이터 해석의 기본 틀을 익히면 사회 진출 이후 기술 변화에 덜 휘둘릴 수 있다고 평가한다. AI 정책이나 언론 보도,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숫자와 데이터가 갖는 의미를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 기대와 부담, 그리고 현장의 과제
반면 수학 학습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미 수학Ⅰ조차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AI와 데이터사이언스 개념이 추상적으로 추가될 경우 이해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완화하려면 교사 연수, 교재 개발, 평가 방식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적으로 보면 일본의 이번 움직임은 다소 늦은 대응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는 이미 고교 단계에서 데이터 리터러시와 알고리즘 사고를 교양 교육의 일부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일본은 새로운 과목을 신설하기보다 기존 필수 과목인 수학을 재정의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2032년 적용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만큼 논의 과정에서 내용과 범위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분명한 흐름은 하나다. AI 시대에 수학은 더 이상 계산 능력만을 가르치는 과목이 아니라, 기술 사회를 이해하는 언어로 재구성되고 있다. 일본의 교육 개편 논의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넘어,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공통 교양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