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뉴스팀 ]
드라이버 입스(Yips)로 고생했던 김대섭은 "심할 경우 팅 그라운드에 올라가면 볼이 두 개로 보였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LPGA투어에서 뛴 한지연은 퍼팅 입스로 고생할 때 "마치 퍼터 위에 쌀 한 가마니를 올려 놓은 것 같았다. 퍼터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뒤로 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너무 많다. 브래드 팩슨의 경우 드라이버 입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어린 시절 골프를 처음 시작했던 골프장까지 찾아가 해결책을 찾았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세리 조차 한동안 드라이버 입스를 심하게 앓아 골프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드라이버 입스는 게임 패턴을 바꾸기도 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온 재미교포 골퍼 저스틴 김은 드라이버 입스가 심해 아이언만 들고 코리안투어 시드전에 출전했다. 클럽 구성은 2~9번 아이언에 웨지 3자루와 퍼터 등 총 12개였다. 첫 홀에서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OB(아웃 오브 바운즈)가 나자 나머지 파4, 파5홀을 모두 2번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결과는 사흘 합계 2언더파 214타로 공동 33위. 저스틴은 천신만고 끝에 내년 코리안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태어난 저스틴은 평탄한 미국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다 산악 지형에 조성된 한국의 골프장에서 경기하며 수도 없이 OB를 냈고 결국 드라이버 입스에 걸리고 말았다. 가까운 선배인 홍창규 프로가 "한국의 코스는 좁고 어렵다. 샷이 정확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티박스에만 서면 잔뜩 긴장해 심한 슬라이스나 훅이 나 OB를 양산했다. 결국 저스틴은 4년간 매년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시드전을 다녀 와야 했다.

저스틴은 이번 시드전을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돌며 드라이버로 티샷했으나 계속 OB가 나자 과감하게 전략을 바꿨다. "쇼트게임과 퍼팅에 자신이 있는 만큼 OB만 내지 말자. 라운드당 3~4차례 버디 기회가 오는 만큼 그걸 꼭 살리자. 그 길만이 시드전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선수들 웨지 잡을 때 미들 아이언 잡으면 된다. 그리고 좀 더 집중해서 아이언을 치자". 시드전이 열린 전남 보성CC는 전장이 짧아 저스틴의 전략은 적중했다.

저스틴은 시드전을 앞두고 일주일간 매일 2번 아이언으로 200개씩 연습 볼을 때렸다. 2번 아이언 티샷은 230m 정도 날아갔다. 2번 아이언을 두 번 쳐 레귤러 온을 시키는 파4홀도 있었다. 파5홀에선 버디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3온 전략을 구사했다. 다른 선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코스에서 경기한 셈이다. 사흘간 스코어는 72-72-70타. 저스틴은 가장 중요한 최종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치며 시드전 통과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강욱순 프로는 올시즌 저스틴과 같은 조로 경기하며 "프로는 드라이버로 드로우와 페이드 구질 다 칠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오는 17일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저스틴은 이번 겨울엔 꼭 드라이버 입스를 해결할 생각이다. 내년 시즌 목표도 드라이버를 2번 아이언처럼 치는 것이다. 꿈 많은 교포 청년 저스틴이 내년 코리안투어에서 드라이버를 마음껏 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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