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논란 속 5세 미만 코로나19 백신 승인 연기 결정
부스터샷 넉 달만에 효력↓...4차 접종 현실화 되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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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박한나 기자] 미국 FDA의 심사를 기다리던 5세 미만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이 결국 심사 연기를 통보받았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는 FDA가 이날 6개월∼5세 미만 어린이용 코로나19 백신의 승인 여부를 논의할 외부 자문기구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의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대행은 연기 결정에 대해 "새로운 데이터가 최근 새로 나왔다고 화이자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연기 조치는 FDA가 추가 데이터를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DA 자문기구 회의는 당초 이달 15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어 우드콕 국장대행은 "3회차 접종에 대한 추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받고 평가 업데이트를 완료하면 (다음) 자문위 회의 시점에 대한 새 소식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정은 당초 2회 접종에 대한 임상 데이터만을 근거로 백신 승인을 받으려던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계획을 뒤엎은 것이다. 지난 1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FDA에 영유아용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들의 성급한 승인요청은 FDA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례적으로 예정보다 서둘러 신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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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는 당초 작년 12월, 6개월∼5세 미만 연령대에 대해 3회 접종을 정규 접종법으로 삼아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 보건 당국이 오미크론 확산 와중에 어린이 입원 환자가 급증하자 2회차 접종까지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신청하라고 하라고 독촉했던 것이다.

요청에 따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2회 접종에 대해 먼저 승인을 받은 뒤 아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3회차 접종의 데이터가 나오면 추후에 추가로 신청을 하는 예외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예상대로라면 3회차 접종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 영유아를 상대로 백신 접종을 시작해 부분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화이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어린이 감염자·환자가 많이 나오면서 관련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새로운 일정이 FDA에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철저히 검토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3회차 임상결과는 4월 초 예정.

한편, 이번 승인 신청은 많은 비판이 따랐다. 화이자가 2회 접종이 기본 접종법인 성인·청소년과 달리 영유아를 상대로는 3회차 접종까지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2회 접종에서 기대만큼 강한 면역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유아에게는 성인용 용량 30㎍(마이크로그램)의 10분의 1인 3㎍을 맞혔는데 2∼4세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에서 2회 접종한 결과 10㎍을 맞힌 5∼11세 어린이와 같은 수준의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보다 더 어린 6∼24개월 어린이에게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유증상 감염이 90% 감소하는 효과를 냈다. 이 때문에 일부 전염병 전문가들은 2회 접종의 효능에 대한 증거가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충분하지 않은 임상시험 결과만으로 섭부른 FDA승인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여론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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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샷, 넉 달 지나면 효능 현저히 떨어진다?

부스터샷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접종 후 넉 달이 지나면 중증이나 병원 입원을 막는 효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질병 발병·사망률 주간보고서'(MMWR)를 통해 해당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작년 8월 26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미국 10개 주(州)에서 18세 이상 성인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 응급실이나 긴급치료 클리닉을 방문한 24만1천200여명, 병원에 입원한 9만3천400여명을 분석했다.

해당 기간에는 신규 확진자 중 델타 및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비율이 각각 50%를 넘기면서 이들 변이가 우세종으로 올라섰던 시기가 포함된다. 분석 결과 백신 2회차 접종을 한 지 2개월 내에는 백신이 응급실이나 긴급치료 클리닉을 찾아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효과가 69%였지만 5개월을 넘기자 이 비율이 37%로 떨어졌다.

반면 부스터샷을 맞으면 이 비율은 87%로 회복됐다. 그러나 부스터샷의 효능도 시간이 갈수록 현저히 떨어졌다. 4∼5개월 이내에 응급실·긴급치료 클리닉을 찾지 않도록 막아주는 보호 효과가 66%로 낮아졌고, 5개월을 넘긴 뒤에는 31%로 떨어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다만 부스터샷을 맞은 지 5개월을 넘긴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추정지는 신뢰할 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가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사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들이 고령자나 손상된 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으로 편향됐다면 부스터샷의 효과가 실제보다 더 약한 것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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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스터샷이 실제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백신의 중증·입원 예방 효과가 좀 사라질 수 있지만 건강한 젊은 성인에서도 여전히 보호 효과가 높았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NYT는 이번 연구 결과가 특히 합병증을 일으키거나 사망할 수 있는 고(高)위험군에게 4차 접종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9일 "또 다른 부스터샷, 그러니까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맞은 사람들에게 4번째 백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이는 나이나 기저질환에 달려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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