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전례없는 협업 필요", 중국의 공고화 막겠다
미중 전략경쟁으로 "대북문제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유효미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 견제에 방점을 둔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외교력의 초점이 유럽에 맞춰진 상황임에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과 중동에 비중을 뒀던 외교정책의 초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옮긴 이후 수립한 구체적 전략을 12쪽 분량의 문건으로 출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각각 참석하기 위해 호주와 하와이 순방에 나선 기간에 발표된 것도 주목하게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면 겨냥, 트럼프 문건과의 차이점

'인도태평양의 약속'이란 제목의 이 전략 문건은 "바이든 대통령 하의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장기적 입지를 강화할 결심이 서 있다"며 중국을 향해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또한 "중국의 강압과 공격성은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극심하다"며 미국이 적극적 역할을 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전에도 중국을 정면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운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초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을 완성했다. 당시 문건 역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는 일을 안보 위협의 최우선으로 할 정도로 중국 억제가 주요 과제였다. 

다만 주로 미중 일대일 대결 구도를 택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파트너 규합을 통한 중국 협공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전례 없는 협업 필요하다" 중국 압박 의지 드러내

문건에서 미국은 힘의 기반에 투자하는 동시에 해외의 동맹, 파트너와 접근법을 일치시키면서 중국과 경쟁하겠다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홀로 달성할 수 없고 전례 없는 협업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 '지역 내외부의 연결망 구축', '번영 유도', '안보 증진',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회복력 구축' 등 5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 "미국은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지역 동맹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문건은 미국의 목표가 중국의 변화가 아닌 전략적 환경을 변모시키려는 것이라고도 밝혔지만, 향후 추진할 10대 핵심 과제를 보면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한 남성이 대만과 미국 국기를 함께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향후 미국이 추진할 구체적인 과제는?

구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말 제시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구축을 위해 올해 초 새로운 파트너십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한국이 초기 논의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IPEF는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한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대만의 안보 지원 입장도 재확인했다. 특히 쿼드에 대해 "최고의 역내 집단으로 강화하고 인도태평양에 중요한 문제 해결을 보장할 것"이라고 쿼드의 역할과 위상 강화 의지를 굳혔다.

쿼드 회원국이지만 오랫동안 비동맹 중립 노선을 걸어온 인도에 대해서도 "인도의 지속적 부상과 역내 리더십을 지원한다"고 밝힌 부분 역시 시선을 끈다. 

그리고 한미일 3국 협력 확대를 10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으로 보아, 미국의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 대중 견제 전선에서 한국의 동참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재확인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또 문건은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인도태평양의 과제로 정한 후 진지하고 지속적 대화를 추구하겠다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공격도 저지하고 필요할 경우 격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이 공개되자 블룸버그통신은 인권에서 무역까지 대중 압력을 가하는 와중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관여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와중에 미국이 미국 국기를 흔든 것"이라고 비유했다.

[사진=지난달 25일 북한 순항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지난달 25일 북한 순항미사일이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전략에 담긴 대북 문제

한편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이전보다 더 일방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만과 함께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영역에서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미국의 안보 위협 요인인 북핵 해결에 적극 협조하기보다는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를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미중 갈등의 심화라는 전략적 틈새를 적극 활용해 무력시위의 수위를 점점 높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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