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내 대변인 자격으로 ‘귀태’(鬼胎)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홍익표 의원의 발언은 ‘저질’을 넘어서서 수권능력을 가졌다는 정당의 의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평범한 국민으로서도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막가파식 언사였다. 홍 의원은 이미 지난 4월에도 "박정희는 군대를 이용해서 대통령직을 찬탈했고, 그 딸인 박근혜는 국정원과 경찰조직을 이용해서 사실상 대통령직을 도둑질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쯤 되면, 홍익표란 사람은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개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를 철저히 부정하고 혐오하는 전사(戰士)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토론회에 나왔다”고 했던 이정희씨의 당시 발언은 홍익표 의원에 비하면 양반이다. 홍 의원은 지난 4월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18대 대선결과는 무효입니다. 부전여전"이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의 의원 자격 논란과 그를 보호하고 있는 민주당의 처신을 놓고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었다.

정국이 급랭되면서 국회 일정이 파행으로 치달을 기미가 보이는데다 대부분의 국민들조차도 격앙하는 분위기가 일자 민주당은 마지못해 김한길 대표의 ‘공식 유감’과 홍 의원이 당직 사퇴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달랬고 새누리당은 그 ‘유감’과 ‘대변인직 사퇴’를 덥석 받아들이면서 ‘귀태 논란 일단락’이라는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이게 제정신이 박혀있는 여당의 짓인가? 홍 의원이 뭐라고 했는가? ‘귀태’가 무슨 말인지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의 후손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꼬집어 얘기하지 않았는가. 그냥 국회의원 한 사람의 개인 의견이라 해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도 남을 말인데, 공당의 대변인 자격으로, 기자들 앞에서 설명을 해가면서 언급한 공식 브리핑은 대 국민을 향한 공언(公言)아닌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은 대통령을 정면 부정하고, 그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까지 언급한 저의는 한마디로 ‘대선 부정’이며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기 확신이다.

우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주당을 골탕 먹인 저질 발언과 욕설 발언으로 선거 때마다 참패를 당한 사실을 목도해왔다. ‘살인마 유영철을 풀어서 미 국무장관 라이스를 강간해서 죽이자’고 했던 김용민을 민주당은 노원갑에 공천했다가 그 저질 발언 영향으로 노원갑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에 패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김광진 의원의 저질 발언으로 민주당 대선 패배에 일정 기여(?)를 하기도 했다. 최종원 정청래 이종걸 의원도 막말 저질발언으로 곤욕을 치렀고, 공중파 방송의 앵커를 지낸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장을 ‘미친*’으로 부르기도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 저질발언의 그 대미를 이번 홍익표 의원이 터뜨린 셈이다. 그것도 공당의 원내 대변인 자격으로.

사실이 이러한데도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회 일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귀태 논란을 일단락하기로 했다 한다. 정권을 부정하고 대통령을 부정하면서 도저히 국회의원 자격으로선 상상이 안 되는 이 같은 발언을 이번에 또 국회 일정을 핑계로 유야무야 넘어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공분하고 있는 이 같은 도발성 발언을 놓고 새누리당이 ‘선처’를 한 것이다. 청와대의 분위기는 차치하고라도, 여당임을 자처하는 새누리당의 존재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앞으로는 이 보다 더 강경하고도 추악한 인신공격성 저질발언은 계속 되어도 특정 사안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는 관례를 하나 더 만들어놓았으니 어떤 저급 막말이 난무할지 새삼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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