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브라더스’ 군사정권의 강압속에서도 잊지 않았던 음악에 대한 자유

[월드투데이 김복희 기자]

1일 EBS 한국영화특선 시간에 방영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임순례 각본·연출작으로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이 이제는 더 이상 꿈이 아닌 고단한 현실이 되었음을 되돌아보는 드라마이다.

감독 데뷔작인 ‘세친구(1996)’에서도 그랬지만 밤무대를 전전하는 퇴물밴드의 이야기인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좌절로 몸부림치거나 자신들의 패배를 과시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고, 단란주점에서 벌거벗은 채 기타를 연주하는 수모를 겪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이미 도태된 인물들의 남루한 현실과 꿈 많던 어린 시절을 대비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꿈과 희망을 잊고 사는 관객들에게 한번쯤 그 옛날을 되돌아보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줄거리 & 결말

진실한 삶의 모습속에 막다른 길... 그러나 되돌아갈수 있다는 희망 우리의 자화상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남성 4인조 밴드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불경기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팀의 리더 성우(이얼 분)는 고교 졸업 후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 수안보의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어 팀원들과 귀향한다.

수안보로 가던 중 섹스폰 주자 현구(오광록 분)는 밤무대 밴드 생활에 희망을 버리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간다. 수안보에 도착한 성우는 고교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재회한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순수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생활에 찌든 생활인으로 변해있다.

약국을 하고 있는 민수는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있고, 시청 건축과에 근무하는 수철은 환경운동가가 되어있는 인기와 시위가 있을 때마다 마찰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성우에게 음악의 지표였던 음악학원 원장은 알콜 중독에 빠져 출장밴드를 하는 폐인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성우의 첫사랑이었던 인희(오지혜 분)는 남편과 사별하고 트럭 야채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다. 성우는 어린 시절의 꿈과 사랑을 되새기며 이들의 변화에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여자를 좋아하는 올갠주자 정석(박원상 분)은 여전히 여자들을 꼬시며 문제를 일으킨다.

강직한 드러머 강수(황정민 분)는 목욕탕의 때밀이 아가씨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정석만큼의 재주가 없어 데이트 한번 변변히 못하는데. 정석이 때밀이 아가씨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게 된 강수는 정석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껴 큰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대마초에 손을 대게 된다. 결국 강수는 밴드를 떠나고 밴드가 해체 위기에 놓이자 성우는 급하게 음악학원 원장을 팀에 합류시킨다. 그러나 여자 문제로 계속 골치를 앓는 정석과 알콜 중독이 심각한 원장과 팀을 이끌어가는 것은 성우에게 버겁기만 하다.

부산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현구나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게 된 강수 역시 밴드 생활을 접고 살아가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다. 고단한 현실에서 어린 시절의 꿈 맞닥뜨린 성우에게 이제 선택이 남아있다.

이러한 가운데 군사정권의 탄압은 음악의 창조성과 독창성을 퇴폐문화란 이유로 억압하는 장면에서는 우리네 음악을 하는 선배들이 걸어온 참담한 씁쓸한 뒷맛을 느기게 해준다.

명필름의 여덟 번째 작품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인 기타리스트 최훈과 그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밴드가 연주를 맡았다.

최훈은 밤무대를 전전하는 삼류 연주자가 아니라 미8군과 템페스트, 들국화, 믿음소망사랑 등에서 활동했으며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이다.

그 외 그룹사운드 옥슨의 ‘불놀이야’를 비롯하여해 ‘세상만사’, ‘내게도 사랑이’, ‘라밤바’, ‘I Love Rock’n Roll’, 신촌블루스의 ‘골목길’, 김현식의 ‘사랑사랑사랑’,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 등 추억의 명곡들이 연주된다.

전주국제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하여해 밴쿠버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해외영화계의 관심을 샀다. 전국 18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었고 관객 8만 4,000명을 동원, 임순례는 영평상에서 감독상, 춘사영화예술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사진출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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