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백은 25년간 인명구조한 소방호스

[월드투데이 정새무기자]

환경 보존과 새로운 의류 소재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패션 업계의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업싸이클링 기술의 끝을 보여줄 영국 브랜드가 국내에 곧 론칭할 예정이라 한국 패션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소방 호스 소재로 의류를 제작하는 영국 업싸이클링 브랜드 ‘엘비스 앤 크레스’다.

글로벌 패션 업계의 최근 화두는 버려지는 쓰레기를 의류 소재로 사용하는 업싸이클링 브랜드의 양성이다. 업싸이클링은 현재 국내 패션 업계에선 조금은 생소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미 전반적으로 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몇 개의 대기업 패션 업체에서 업싸이클링 브랜드를 운영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고 디자이너들도 자체적으로 업싸이클링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작은 규모이지만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 엘비스엔 크레스 제공

이들 브랜드의 매장은 아직 패션 상권에서 많이 찾아볼 수는 없지만 국‧내외 다양한 패션 전시회를 통해 브랜드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현재 업싸이클링 의류 제작을 시도하고 있는 브랜드로는 슈즈 브랜드 ‘크록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코로롱인터스트리 FnC 부문의 ‘래코드’,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에선 ‘밀레’등이 업싸이클링을 콘셉트로 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최근 출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래코드’는 최근 군용 텐트와 낙하산으로 만든 밀리터리 라인, 에어백으로 만든 인더스트리얼 라인 등 독특한 소재와 콘셉트로 만든 의류들을 제작하는 업싸이클링 라인을 선보여 국내 패션 업계에 많은 화제를 뿌렸다. 또 데님을 활용한 새로운 라인과 함께 액세서리 라인을 선보이면서 업싸이클링 패션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활발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액세서리 라인의 경우 버려지는 원단조각과 부자재 등을 활용해 가방은 물론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을 다양하게 제작하고 있으며 독일군이 사용하던 버터 캔, 스위스 아미의 버너, 주사기통 등을 캔들 용기로 활용한 ‘밀리터리 캔들’라인도 선보임이면서 기존 래코드의 영역을 의류에서 액세서리, 생활 소품까지 확대했다. 특히 업싸이클링 독립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도 꾸준하게 지속하고 있다.
폐기 직전 소방 호스가 패션으로 둔갑

이런 국내 패션 업계의 상황에 맞춰 최근 영국의 유명 업싸이클링 브랜드 ‘엘비스 엔 크레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론칭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온다. 이 브랜드는 폐기물을 의류 소재로 적극 채택하는 곳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인명을 구한 25년 된 소방 호스를 소재로 의류를 제작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브랜드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하고 의류를 제작하는 데 폐기물 만큼 흥미 있는 소재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를 적그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디자인의 그 어떤 정신보다도 이 지구상의 자원을 아끼는 마음을 이 브랜드 운영자들은 존중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브랜드의 운영 모토는 “우리는 모든 기가 막힌 재료들이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이다.

이런 브랜드 운영 모토를 정신적인 베이스로 밑바탕에 깐 ‘엘비스 앤 크래스’는 이 소방호스들을 어떻게 백과 지갑 벨트 등으로 재탄생할지 많은 고민을 했고 이 결과 몇 백 톤에 달하는 폐기물 직전의 소방 호스를 구입,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패션 아이템으로 출시하는 쾌거를 이끌어 냈다.

오래되었지만 화재로 인해 불행을 당했을 수많은 인명을 구한 소방호스들은 새것으로 교체되어야했지만 이 브랜드 덕분에 지금은 패션 아이템인 가방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면서 패션 소비자들 사이 살아 숨 쉬고 있고 기억되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굉장히 질기고 오래 되고 구식인 폐기물 직전의 소방호스는 우리의 노력으로 성공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며 “가방, 지갑, 벨트, 아이패드케이스, 폰케이스, 키링 등 기본적인 빨간 색상의 소방호스 말고도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엘비스 앤 크레스’는 굿 비지니스를 모토로 환경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공언한다. 이를 위해 수입의 50%를 더 파이어 파이터스 채러티(the Fire Fighters Charity)와 더블유더블유에프(WWF), 헬프 포 히어로스(Help for Heroes), 코믹 릴리프(Comic Relief), 브리티시 포시스 파운데이션(British Forces Foundation) 등의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브랜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화마와 싸우고 인명을 구하는 일에 빛나는 업적을 세운 소방 호수가 교체될 때인 2005년부터 이것들을 구입해서 보존하기 시작했고 패션 제품 제작을 위해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엘비스 앤 크레스’는 국내 소방 호스를 업싸이클링하는 제품도 기획 중이다.

이 브랜드 운영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도전은 항상 똑같다. 우리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항상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 소방호스라는 소재를 존중한다. 우리는 새것으로 교체될 필요 없이 모든 것들이 재활용 되고 업싸이클되는 과정에서 작품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세상에는 버려지는 귀한 자원이 너무나 많다. 버려지면 그것의 가치와 이야기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우리는 무려 25년 동안 의무를 다했던 초록색 호스를 닦는다. 이 소재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는 이 터프하고 고단한 삶을 감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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