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회복의 역설.. 증권업체 자체 분석에 나서

▲ 증권회사서 투자가가 허탈하게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8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가량 떨어지며 한 달 만에 2000선이 무너졌다. 일본(-1.0%), 중국(-1.1%), 대만(-0.7%), 싱가포르(-0.8%)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에 충격을 준 건 예상을 뛰어넘은 미국의 빠른 경제 회복이었다. 미 상무부는 7일(현지 시각)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전 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0%)와 2분기 성장률(2.5%)을 크게 웃돈 것이었다.
이 소식은 평상시 같으면 호재가 됐을 텐데 미국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낳으면서 악재로 돌변했다. 이 소식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증시를 잇따라 끌어내렸다.
◇美 경제지표 악화 바라는 세계 증시= 최근 세계 증시에선 미국 경제의 악재는 반기고, 호재는 두려워하는 역설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매달 850억달러의 자금을 시중에 푸는 '3차 양적 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자국 증시에서 한꺼번에 자금이 빠지면서 큰 충격이 올 것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되면 '미국이 양적 완화를 유지할 테니 다행'이라고 판단하며 주식을 사고, 미 지표가 좋아지면 '양적 완화 축소가 앞당겨질 테니 악재'라며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가 미국 경제지표 악화를 바라는 형국인 셈이다.
향후 발표될 미국 4분기(10~12월) GDP 성장률에는 지난달 16일간 진행된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 다운)로 인한 피해가 반영될 예정이어서 3분기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내용에 따르면 40%는 '내년 3월'을 양적 완화 축소 시기로 꼽았고, 3분의 1가량은 ‘내년 1월’을 꼽았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 3분기 성장률의 호조가 양적 완화 축소를 앞당길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며 "미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 여부의 척도로 제시한 미국 물가와 고용지표에 뚜렷한 변화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 5일 연속 ‘셀 코리아(sell Korea)’ =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2702억원을 순매도했다. 5거래일 연속 5500여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며칠간 외국인 순매도세가 본격적인 순매도 기조로의 전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당국의 개입 가능성으로 1060원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동안 10~20%의 수익을 올린 외국인이 차익을 얻기 위해 단기적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8일 증시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 6곳 중 5곳은 연말을 전후한 시점까지는 외국인 매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NH농협증권 조성준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은 양호한 경제 체력 때문에 한국을 선호했는데 한국 경제가 그 점에서 변화가 없다"며 "(외국인이 선호하는) 장비, 반도체, 화학, 자동차, 금속광물, 유통업 등이 투자 전망이 좋은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예전처럼 강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중·소형주 중심의 투자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몇몇 증권사는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4거래일 연속으로 총 6조원이 빠진 점을 들어 “코스피 1950선쯤에서 ‘하락 방어벽’이 구축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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