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맨체스터 자폭 테러범의 공범들을 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테러 경보 수준을 '심각'(severe)에서 '위기'(critical)로 격상했다.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사진출처=AP연합

23일(현지시간) 메이 총리는 성명을 통해 테러 경보 수준을 한동안 '위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테러 경계 수준은 '낮음'(low)-'보통'(moderate)-'상당'(substantial)-'심각'(severe)-'위기'(critical) 등 5단계로 돼 있다. ‘위기’단계는 위협에 대비하는 최고수준이며 추가 테러가 임박했을 때 발동하는 경계 단계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집무실 앞에서 회견을 열고 맨체스터 테러에 대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이번 테러와 관련된 보다 폭넓은 그룹이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BBC와 CNN 등에 따르면 맨체스터의 이언 홉킨스 경찰서장은 자폭 테러범이 샐만 아베디(22)라고 확인했으며 테러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북부 도시의 두 곳을 기습해 한 곳에서는 폭약을 제거 했고 , 제3의 장소에서는 23세의 한 남성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아베디는 22일 밤 10시 30분께 맨체스터 경기장에서 발생한 폭발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공식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아베디가 거주하던 맨체스터 남부 팔로우필드의 주택에 무장 병력 약 20명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영국 경찰 당국은 아베디 외에도 범죄에 관여한 또 다른 용의자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이안 홉킨스 맨체스터 경찰서장은 "아베디가 혼자서 혹은 네트워크의 일부로 행동했는지를 판단하는 게 우선 과제"라며 "공범 관여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베디의 지인과 형제는 아베디가 어렸을 때부터 고독한 성격의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베디를 지난 수년간 보지 못했지만 최근 그를 봤을 때 그가 이슬람 예복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가 갱단과 연루된 5~6명의 독실한 이슬람교 가족의 일원이었다고 말했다.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는 아랍어로 된 성명에서 “칼리프의 용병이 기독교인이 모여 있는 맨체스터 아레나에 폭탄을 놨다”고 밝히며 자신들이 테러 배후라고 주장하고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지만 구체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열리고 있던 맨체스터의 한 공연장에서 폭탄이 터져 22명이 숨지고 59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12~16세 청소년들이 포함돼 있었고 최연소자인 소녀 새피 로우소스(8)까지 목숨을 잃어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영국 자살폭탄 테러의 최연소 희생자로 기록된 새피 로우소스(8세). 사진출처=AP연합

23일 맨체스터를 비롯한 영국 각지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테러범죄에 항의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한 뒤 거리에 나섰다.

메이 총리가 테러 위협에 대한 경계 수준을 최고로 올리면서 군병력과 경찰은 자폭 테러의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에 대한 순찰과 경비를 강화했고 런던에서 이번 주 말에 열리는 두 개의 큰 스포츠 경기도 경비가 강화된다.

이 경기는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FA컵 축구 결승전과 트윅커넘 시에서 개최하는 럭비 프리미어 결승전이다. 런던 경기에는 윌리엄 왕세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22일 테러 당시 콘서트를 열고 있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자신은 부상을 입지 않았다며 트위터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애도를 표한다. 너무나도 미안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올렸다. 폭발은 마침 그가 "위험한 여인"을 마지막 곡으로 부르고 쇼를 마친 뒤 군중들이 기차역을 향해 몰려나갈 시점에 일어났고, 사람들이 쓰러지면서 마구 얽히고 가드레일을 넘어 도피구를 향해 달아났다.

23일 희생자를 위한 묵념의 순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남편 필립공과 찰스 왕세자 부부와 함께 참여했고, 로마에서는 콜로세움과 트레비 분수의 야간조명등이 한 동안 소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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