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1심서 노조 일부 승소 판결로 지급액이 422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향후 소송중인 192개 기업이 모두 승소할 경우 직간접 비용으로 30조원에 달할것으로 보인다. /사진=기아자동차 홈페이지

산업·노동계가 주목하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가모씨 등 노동자 2만7424명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2011년 사건의 노동자 2만7000여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기아차 노동자 2만7000여명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2011년 이 소송을 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4년 10월에도 김모씨 등 13명이 같은 청구 취지로 소송을 냈다. 청구금액은 원금 6588억원과 이날을 기준으로 계산한 이자 4338억을 더해 총 1조926억원이다.

법정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됐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고 민법에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2013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면서도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넘어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울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면 결국 근로자에게까지 피해가 미쳐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기아차 측은 "회사가 돈이 충분하다면 지급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며 통상임금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못 받은 돈을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이 3조원 이상이라며 회사가 망하는 것처럼 압박하는데 신의칙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지난 17일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2만명이 넘는 원고 명단 목록 정리와 임금 계산 등을 위한 엑셀표 작업을 이유로 세차례 특별기일이 열리며 뒤로 미뤄졌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지난 24일 변론을 마무리하며 선고일을 고지하기 전 노동자와 기아차 측에 조정이나 화해 여지를 최종 확인했지만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날 선고 직후 "회사가 부담해야 할 직간접적 금액은 1조 안팎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수치를 파악 중이다"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회사측은 법원이 지급하라고 한 4223억여원에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비용이 약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항소 여부 등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기아차 뿐 아니라 소송 진행 중인 기업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노조와 통상임금 소송에 휘말린 기업은 한국GM,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을 포함해 192개 기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모든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이들이 부담할 직접적 비용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직간접 비용이 3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기업들도 통상임금 소송에 나설 수 있어 자칫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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