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마광수는 목숨을 끊기 전 지난해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을 남겼다.

'즐거운 사라' 마광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미 지난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마광수는 오후 1시35분께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이복누나에 의해 발견됐다.

소설가이자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마광수는 목숨을 끊기 전 지난해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을 남겼다. 

유언장 끝 부분에 '2016년 9월3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마광수는 최근 한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회한의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25살 젊은 나이에 대학 강의를 시작했고 윤동주 연구로 국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잘난 체하지 않는 쉬운 문장으로, 지금 읽어도 이해되는 문학"이라고 평한 바 있는데, 이 서평에서 엿볼 수 있듯 그는 직설적이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했다.

마광수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발표 때부터 구설수가 있었고, '즐거운 사라'로 잡혀가 재판을 받았다. 

25년 전인 1991년에 발표한 소설 '즐거운 사라'는 출판되자마자 8만 부가 팔려나가는 베스트 셀러가 됐지만 언론과 문학계에서는 이를 '음란문서'로 규정했다.

'즐거운 사라'의 여주인공이 대학생 신분으로 교수와 성관계를 하는 등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했다는 이유였다.

마광수는 "사면돼 복직됐지만 교수사회에서 계속 왕따로 지냈다. 그 후에도 글을 썼지만 이상하게 계속 비주류로 맴돌았다. 문단에서도, 학교에서도 왕따로 지냈다"고 설명했다. 

'즐거운 사라'의 외설 논란으로 구속됐던 때가 25년 전이지만 한국 문단에선 여전히 성애문학이 다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건방진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제2의 마광수', '젊은 마광수' 이런 작가가 안 나온다. 여전히 엄숙주의가 옥죄고 있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마녀사냥 당하기 쉬운 주제가 성이기 때문에 그럴 거다"고 말했다.

마광수는 한국의 성적 엄숙주의와 이중적인 삶을 경멸했다.

지난  한 인터뷰에서 마광수는 "성의 이중성.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소설 제목대로 한다면 지킬박사와 하이드죠. 낮에는 근엄한 신사, 밤이 되면 색광이 되는 거다. 위선 떨지 마라. 솔직해라"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엔 글을 쓸 수 있는 원기를 회복하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그는 이생과 작별을 고했다.

한편,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옆 방 안에 있는 책 위에서 A4크기 1장 분량의 유언장을 발견했다. 유언장에는 재산을 유족에게 물려주고 시신 처리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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