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으로 열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변호인단 전원 사임,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면서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6일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변호인단이 사임 의사를 전해왔고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6개월여간 법정에서 직접 발언을 한 것은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자신의 80차 공판에서 "구속돼 주 4회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며 "무엇보다 절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한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재임 기간에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염려해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을 갖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담담하게 견뎌왔다"며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와 SK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그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며 "재판과정에서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판부에 대한 불신의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검찰이 6개월간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을 했는데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 등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며 "절 믿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며 "모든 책임을 제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겐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남색 재킷에 정장 차림으로 여느 때와 같이 법정에 출석했다. 피고인석에 앉기 전 재판부와 변호인단에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나눴고 무표정한 얼굴에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3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재판 시작 전 "검찰 측 요청을 받아들여 SK 제3자뇌물 관련 혐의로 영장을 재발부했다"며 "최초 발부된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공소사실로 새 영장을 발부할 수 있어 법리적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혐의는 일부 증인 신문이 진행됐지만 중요 증인 등 아직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속 전 피고인의 지위, 관계 등을 생각하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보기 어려워 부득이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변호인의 변론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진행해 구금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새 영장 발부는 심리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의 예단이 아니다. 유무죄 여부는 검찰의 입증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엄격하게 법률의 기준을 적용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7일 18가지 공소사실로 재판에 넘겨져 17일 0시 구속 기간이 만료된다.

하지만 영장이 새로 발부되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계속 받게 됐다. 1심의 최대 구속 기간은 6개월로, 박 전 대통령은 오는 2018년 4월17일 0시까지 구속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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