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은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억척스레 6남매를 키웠던 치매 할머니는 차마 보낼 수 없다는 ‘할머니 사랑합니다’가 전파를 탄다.

‘인간극장’에 뇌종양이 걸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주어진 시간만큼이라도 할머니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손자 홍정한(28) 씨의 사연을 전하는 ‘할머니 사랑합니다’가 방송된다.

이번주 KBS 1TV ‘인간극장’은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억척스레 6남매를 키웠던 치매 할머니는 차마 보낼 수 없다는 ‘할머니 사랑합니다’가 전파를 탄다.

11월 15일에는 ‘인간극장-할머니 사랑합니다’ 3부가 방송된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머니 품에서 자란 정한 씨. 스물일곱 살 봄 정한 씨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이듬해 할머니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던 정한 씨가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하는데...

# 애틋하기만 한 할머니와 손자의 사이

늘 밝은 미소를 지우지 않는 홍정한(28) 씨. 정한 씨의 어머니는 그가 10살이 되던 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년 뒤, 술에 의지해 살던 아버지마저 급성 간경화로 돌아가시자 친척들은 홀로 남은 정한 씨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6남매를 키웠던 억척스러운 그의 할머니 채순연(88) 씨가 어린 손자를 보낼 수 없다며 끌어안았다. 할머니는 부모 없이 자라는 손자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노심초사 정성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할머니와 손자의 사이는 그만큼 더 애틋했다. 정한 씨는 할머니의 사랑으로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봄, 행복하던 할머니와 정한 씨를 시기라도 하듯 두 사람에게 아득한 시련이 닥쳐왔다. 노래 연습을 위해 서울로 가던 정한 씨가 갑자기 버스 안에서 경련과 함께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

병원에서 눈을 뜬 정한 씨는 뇌종양(뇌암) 3등급 판정과 함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시련은 정한 씨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꿔놓았다.

# 홀로 남겨질지 모르는 할머니가 더 걱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소 온화하던 할머니가 이유 없이 욕설을 내뱉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물건을 집어던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사실 5년 전부터 이상 증세를 느꼈지만, 그저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하지만 정한 씨가 뇌종양 선고를 받고 일 년 뒤, 할머니는 결국 치매 장기 요양 3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도 잠시뿐, 정한 씨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충격을 받아 쓰러질까봐 자신의 병을 숨기고 정한 씨는 치매가 시작된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이면 다섯 가지 과일을 넣어 만든 주스로 할머니의 건강을 챙기고, 요리며 빨래, 청소 등 집안일과 할머니의 대소변 실수까지 도맡아서 처리한다.

평생 동안 쌓인 화와 슬픔 때문인지, 할머니는 잘 있다가도 화를 못 참고 터져버리기 일쑤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정한 씨는 할머니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변해버린 할머니를 지키느라 애를 쓴다.

한 번씩 흐릿했던 정신이 돌아오면 할머니는 여지없이 손자 자랑뿐이다. “정한이가 착하고 잘해준다”고.

종양의 70%를 절제하고 30%를 남겨둔 대수술로 정한 씨는 항상 경련과 두통에 시달린다. 3~4년 내 재발하고 50%의 사망률을 갖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지만, 정한 씨는 홀로 남겨질지 모르는 할머니가 더 걱정이다.

오늘도 할머니의 해피 바이러스가 되기 위해 어리광을 자처하는 손자 정한 씨. 정한 씨는 매일 같이 “할머니, 뽀뽀, 할머니,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이루지 못한 꿈, 이루고 싶은 꿈

정한 씨의 꿈은 뮤지컬 배우다. 군복무 시절 처음 들었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ost, ‘지금 이 순간’이 정한 씨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절망적인 상황도 노래를 부르면 가슴속까지 후련해지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제대 후에는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3년간 뮤지컬 무대에도 도전했다.

밤낮으로 춤과 노래를 연습했지만 이상하게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 원인이 이미 뇌에 번져가는 종양으로 인해 발음이 어눌해지고 노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혀가 저려왔다는 것을 안 것은 쓰러지고 난 뒤였다.

이룰 수 없는 꿈.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집 옥상에서 노래하는 것이,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 자신의 처지를 잠시 잊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도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 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정한 씨.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할 뿐. 정한 씨에게 ‘지금 이 순간’만이 소중하고 감사할 뿐이다.

절망적인 상황이 닥쳐올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늘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는 정한 씨에게 이루고 싶은 꿈 하나가 생겼다. 지키고 싶은 할머니를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축복의 노래를 백 번 부르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이라는 무대지만, 정한 씨는 매일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치매 할머니와 뇌종양이 걸린 시한부 손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간극장-할머니 사랑합니다’  3부는 11월 15일 오전 7시 5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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