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부분의 4년제 대학교도 수시 입시에서 수능 최저학력을 요구하지 않아 수능의 비중이 그만큼 축소됐다.

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 점수로 어느 대학을 갈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수능 등급컷’이다. 

올해 ‘수능 등급컷’의 최대 변수는 ‘학생부 종합’ 중심의 수시가 더욱 확대되어 이미 많은 수험생들이 잠재적인 합격자라는 점과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알려진바와 같이 이미 원서접수와 전형을 진행중인 4년제 대학교의 수시나, 전문대학의 수시1차, 수시2차 중 하나라도 최종합격(추가합격 포함)하면, 정규 대학교의 정시 지원은 불가능하다.

또, 올해 대부분의 4년제 대학교도 수시 입시에서 수능 최저학력을 요구하지 않아 수능의 비중이 그만큼 축소됐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등급컷의 상위권 학생이라도 이미 수시 응시생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기 때문에 정시 입시에서 변수가 어느해의 입시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그만큼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고려사항이 늘어나 선택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업체들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을 국어는 93점, 수학 92점으로 예상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 입시업체의 영역별 등급 구분점수(등급컷) 예상을 살펴보면 국어영역 1등급은 93점, 2등급은 88점, 3등급은 80~82점이다.

수학 영역의 경우 이과생이 주로 보는 가형과 문과생이 주로 보는 나형 모두 92점으로 예상됐다. 가형은 2등급 88점, 3등급 80~84점, 나형은 2등급 84~88점, 3등급 77~79점으로 전망됐다.

올해 절대평가로 바뀐 영어 영역은 표준점수, 백분위 없이 9개 등급(10점 간격)으로 성적이 매겨진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70점 이상이면 3등급이 부여된다.

수능 등급컷은 입시교육업체가 참고용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 추정 점수로 실제 등급컷은 달라질 수 있다.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수학능력시험을 끝낸 3학년 학생들이 선생님과 가채점을 해보고 있다.

국어·수학·영어 표준점수 최고점 작년보다 높아져

올해 수능시험은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변별력이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지나친 하향지원이나 눈치싸움보다는 소신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올해 정시모집의 경우, 지난해보다 모집인원이 1만4485명 줄었다. 수험생수 역시 줄어 인문계열은 3만2554명(사탐 응시자 기준) 감소했지만 자연계열은 1만3128명(과탐 응시자 기준)이 증가해 인문계열은 다소 경쟁이 낮아지고 자연계열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채점 결과를 통해 예상됐던 것처럼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보다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합된 국어영역과 수학영역이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된 만큼 인문계, 자연계 모두 지원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변수가 되고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국어, 수학, 영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 높아져 최상위권 변별력이 확보됐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지난해 수능에 비해 선택 과목별 유불리가 줄었다"며 "수능이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변별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목표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과 가산점을 반영한 대학별 계산에서는 점수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은 모두 1% 이하로 2012학년도 이후로 최근 6년간 가장 낮게 나타난데다 국영수 표준점수 최고점이 인문, 자연계 모두 상승해 주요대학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 수학, 영어 만점자 비율을 보면 국어는 2016학년도 국어A 0.8%, 국어B형은 0.3%였으나 2017학년도에는 0.23%로 하락했고, 수학 가형은 1.66%에서 0.07%로 대폭 떨어졌고 수학 나형은 0.31%에서 0.15%로 내려갔다. 영어는 0.48%에서 0.72%로 만점자가 다소 증가했다.

이에따라 최상위권의 변별력이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최상위권에 분포한 학생들은 소신있는 지원을 해볼만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만점자 비율은 영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변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2등급의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도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어 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괜한 하향지원보다는 소신, 적정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수·영·탐구 모두 불수능이었고 국어·영어의 변별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국어와 영어 과목을 잘 본 학생들은 정시에서 소신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과에서는 수학보다는 과학탐구 변별력이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과학탐구 변별력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는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인문, 자연계열 모두 최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험생은 상대적으로 정시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맞은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불수능’에 최상위권 수험생은 상대적으로 선택 수월할듯

자연계열은 전년도 국어A, 수학B, 영어 영역 총점 기준의 표준점수 최고점 397점과 1등급 컷 384점의 차이가 13점으로 큰 편이었는데 이번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 408점, 1등급컷 387점으로 차이가 21점으로 더 커졌다.

인문계열의 경우에도 지난해보다 국어와 영어는 어렵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동일하고 수학 나형도 137점으로 과목들의 변별력이 비교적 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렇게 되면 수험생들은 본인에게 유리한 영역의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 위주로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인문계열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영역은 표준점수를 활용해 선발하고 반영비율도 비슷하기 때문에 탐구영역 환산점수 및 각 영역별 반영비율에 따른 유∙불리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실장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 국어와 수학성적에 따라 지원여부와 전략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경우 난이도 있게 출제된 수학가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위권대 학생들은 상위권대 학생들이 하향 지원하는 경향이 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수능이 어렵다고 지나치게 하향 안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입시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다만 각 영역별 반영 비중과 가산점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위권 대학의 인문계열은 국어와 영어, 자연계열은 수학과 영어 영역에 높은 비중을 두고 선발하는 대학이 많다. 또 인문계열은 국어, 자연계열은 수학가형 또는 과탐을 선택할 때 대부분 3~20%의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남윤곤 소장은 "중위권 대학은 대학별로 영역별 반영 비중, 반영 과목, 가산점 등이 다양하게 반영되므로 자신이 잘 본 영역 위주로 선택을 해서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합격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이렇게 특이한 반영 방식으로 선발하는 대학은 경쟁률이 상당히 높을 수 있으므로 원서 접수 전까지 경쟁률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중하위권대 학생들은 올해 수능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표준점수 변화가 거의 없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전년도 합격선과 큰 변화가 없어 전년도 합격선을 체크하고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만기 소장은 인문계열의 성적대별 지원전략과 관련, "인문계열 상위권은 2개 군에서는 소신지원, 1개 군에서는 안정지원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중상위권 학생들이 안정지원을 할 경우 중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1개 군에서는 소신지원전략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2개 군에서는 안정지원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연계열에 대해서도 "상위권은 2개 군에서는 소신지원, 1개군에서는 안정지원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위권은 2개 군에서는 안정지원, 1개군에서는 소신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위권은 학생 숫자가 가장 많은 그룹으로, 특히 올해 자연계열 학생 증가로 인해 인기학과의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큰데다, 인문계열 학생 중 수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교차지원이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원 전 가산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치우 실장은 "수능 4개 영역 전체 변별력이 높은 경우 개인별 영역 간 성적 편차가 큰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인문계열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나에서, 자연계열의 경우 수학 가와 과탐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험생이라면 주요대학 진학이 더 유리해 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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