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최경환(63)·이우현(61) 자유한국당 의원이 4일 나란히 구속됐다. 특수활동비 1억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의원을 구속하면서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같은 혐의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도 관심사다. 그는 청와대 근무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매달 500만원씩 약 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조윤선 전수석의 구속영장 재청구와 관련해 검찰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직 국회의원이 구속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 "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우현 의원 심문을 진행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병기(70·구속기소)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2014년 10월 최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에 상납 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최 의원은 국정원 관계자를 통해 남재준(73·구속기소)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비용을 청와대가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이후 특활비 상납액을 늘리는 데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우현 의원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 남양주시의회 의장 공모(구속기소)씨로부터 공천헌금 성격으로 의심되는 돈 5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직 자유총연맹 간부로부터 2억5000만여원을 받는 등 20여명으로부터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히, 최경환 의원이 구속되면서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 수사가 종착점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시작된 이 사건 수사는 핵심 피의자 다수를 구속하면서 2달여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특수활동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 곳곳에 전달되는 과정 곳곳에 등장하는 이들의 신병처리 정도만을 남겨둔 상태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구속된 최 의원을 오후에 불러 특수활동비 수수 배경, 사용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재판에 넘기기까지 조사는 수차례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에는 이 사건 정점인 박 전 대통령을 국정원 특수활동비 40억원 수수 혐의로 추가기소 할 예정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거부하고 있고, 사실상 혐의 내용이 대부분 공개된 상태여서 더 이상 기소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핵심 인물 다수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나머지 관여자들 수사 마무리에도 속도를 낸다. 다수 인물이 긴장감 속에 검찰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수사 중이던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전 실장의 진술 등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은 이 전 실장 주도로 특수활동비 상납이 이뤄졌다는 취지 진술을 내놓고 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실장이 각 국정원장 지시를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다.

현기환·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역시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현 전 수석은 조 전 수석과 비슷한 액수의 특수활동비를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가 진행한 비공식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특수활동비로 지급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중 유일하게 위기를 모면한 이병호 전 원장, 검찰이 새롭게 억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정황을 포착한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검찰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쟁점이 겹치지 않는 이들이 꽤 많다"며 "박 전 대통령을 별도로 먼저 기소하고 그 이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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