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에서 사실상 이미 승리를 확정지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정권이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27일(현지시간) 현재 선거 이틀째를 맞이했다. 전날부터시작된 투표는 28일 마감되는데 야권 후보는 인지도가 낮은 무사 무스타파 무사 알가드당 대표 혼자이기 때문에 엘시시 대통령의 연임은 확실시 된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여러 야권 후보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줄줄이 사퇴해, 엘시시 독주체제와 다름없다. 이에 엘시시 정권은 투표율이 높아야만 재집권을 정당화할 수 있단 판단하여 투표율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이집트 대선 투표율은 50%도 되지 않았지만 엘시시는 97%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려 당선되며 비판을 받았다.

AP통신은 정부측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보상과 협박, 회유 등 갖가지 술책을 짜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지사, 지역 공동체 대표들, 학교, 경찰, 성직자, 기업인할 것 없이 난데없는 투표 독려 활동에 나섰다.

수도 카이로의 한 국영 수도위생 업체 직원들은 출근할 때 손가락에 투표에 쓰인 잉크가 묻어 있는지 확인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 대학에서는 대선 사흘 동안 직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투표를 하도록 했다. 책임자로 지목된 인물이 자기 팀을 데리고 투표를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하도록 하기까지 했다.

카이로의 한 길거리 상인 단체는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경찰 단속과 물품 압수를 피하고 싶다면 회원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촉구하라는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정부 의원이 이끄는 한 자선단체는 시골 지역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버스를 대절해 주기까지 했고, 한 주민은 이 단체가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보여주면 100이집트파운드(약 6000원)를 지급하겠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AP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저녁 투표 첫날 마감 직전 카이로의 몇몇 투표소를 방문해 투표율이 7% 조차 되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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