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스타트업 ‘GGWP’ 홍승표 대표

[월드투데이=강효진 기자]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한 가지 이목을 끄는 점이 있었다. 바로 대회의 한 종목으로 e스포츠 경기가 열리고 있었던 것. 게다가 지상파 중계까지 됐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유로파리그 등에서도 축구 온라인게임인 ‘피파온라인’ 대회를 적극 개최하고 있다. IT산업과 게임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프로 운동선수’처럼 ‘프로게이머’가 등장한 이래로 꾸준히, e스포츠는 이제 하나의 스포츠로 어엿해지는 중이다.

그러나 운동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프로선수’가 되지 못한 선수들은 어디로 갈까? 야구에 ‘독립리그’가 있다면 e스포츠에도 아마추어들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구단이 있다. e스포츠 산업의 콘텐츠 개발과 아마추어 선수단을 육성하는 스타트업 ‘GGWP’의 홍승표 대표를 만났다.

 

e스포츠 스타트업 'GGWP' 홍승표 대표

A > ‘GGWP’는 어떤 일을 하는 스타트업인가요?

Q > 저희는 프로선수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훈련합니다. 현재 ''AsuraWalk(아수라워크)'라는 아마추어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게임대회를 개최하고, 기록된 성적을 데이터화하여 프로선수단 등에 제공합니다. 아마추어 게임대회 중계영상, 아마추어 선수 브이로그 등 e스포츠 관련 영상콘텐츠를 제작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대회 경기장과 게임 유튜버를 위한 촬영 스튜디오 설립을 진행 중입니다.

 

A > 아마추어 게이머들을 위한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Q > 저도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시절에 ‘서든어택’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어요. 그 때는 프로로 가는 길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하던 때라, 꿈을 ‘저당 잡혀’ 사기까지 당했죠. 저희 때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여전히 저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보니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게임계의 이런 좋지 못한 환경을 개선하고 직접 프로로 가는 길을 터 주자, 하는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었어요.

 

A > 신생 스타트업답지 않게 많은 투자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Q > 원래 가망이 없어서 작년 10월에 접으려고 했는데 (웃음)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e스포츠가 채택되는 등 좋은 소식이 들려오자 투자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죠. (웃음) e스포츠 산업의 전망과 저희 회사의 각종 아이템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스포츠대회와 마찬가지로 게임대회를 개최하면 스폰서들의 지원이 들어와요. 그 돈을 운영비로도 쓰고 우승자들 상금도 주고 하죠.

 

A > 스타트업에 입문하신 계기는?

Q > 원래는 중견기업 인사과에서 근무했었어요.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를 하다가 관련 경험이나 지식이 없어 어려움을 겪으면서 행사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런 회사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하나하나 따져보니 그것도 녹록지가 않더라고요. 스타트업에는 그때부터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남들이 ”힘들어서 누가 이런 걸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주변에서 그렇게 말하더라도 좀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던 것도 있죠.

원래 저는 뭔가에 흥미가 있다가도 이내 곧 사그라드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게임만큼은 흥미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퇴사 후 다시 게임에 관한 스타트업을 구상했어요. 제가 e스포츠 안에서만 아이템을 10개 정도 기획했었는데, 그 아이템들이 아직 실행되지 않았을 때는 모두가 쓸모없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래도 저는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다고 믿어요. 그 아이템들도 결국에는 투자자를 만나서 하루아침에 빛을 발했거든요.

그렇게 e스포츠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가 현 게임단 ''AsuraWalk(아수라워크)'의 우현빈 감독을 만났고 아마추어 게임단을 육성하는 사업으로 획장해서 ‘GGWP’를 설립하게 됐어요.

 

'GGWP'가 주최하는 아마추어 게임대회 'GPL' [사진=GGWP 유튜브 채널 캡쳐]

A > ‘GGWP’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Q > 저희 회사가 아마추어 선수들을 육성시키잖아요.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선수 부모님들께서 회사에 대해 의심을 하시기도 해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죠. 아직 마땅한 홈페이지도 없을 뿐더러 저희는 선수들을 합숙까지 시키거든요. 사실 저희 어머님도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데, 선수들 부모님은 오죽하시겠어요. 또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일단 반대를 하시죠. 부모세대 뿐만 아니라 국민적 차원에서도 아직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니까요. 이걸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게임=탈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선수들 ‘브이로그’도 그래서 제작하고 있는 거예요. 합숙하는 선수들이 밥은 잘 먹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하실 테니까요.

 

A > 직원을 뽑을 때 어떤 가치를 중시하시나요?

Q > 그 사람의 인성과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요. 저희가 주력하는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도 4인이 협력해서 이기는 ‘팀플레이’잖아요. 혼자만 독보적으로 잘 한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 전략을 잘 짜고 서로 믿으며 협력해야 이길 수 있죠.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라면 인성이 가장 중요하죠.

게임을 좋아해야 한다는 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는 제 가치관 때문이에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좋아하는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고 잘 하는 대신 실무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죠. (웃음) 그래도 스타트업은 같이 시작해서(start) 성장(up)하는 거니까요. 일은 가르치면 잘할 수 있는데, 게임 좋아하는 건 제가 좋아하라고 해서 직원들이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A > 올해 신년계획은? 또 장기계획은?

Q > 이제 모든 걸 다시 새로 시작한다고 보면 돼요. 작년 말 GPL(GGWP Play League - GGWP가 개최한 아마추어 대회) 파일럿 시즌을 바탕으로 올해 초 GPL 시즌1을 개최할 예정이에요. 아마추어들이 정기적으로 대회 경험을 할 수 있게 매달 개최하려고 해요. GPL이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올해 상반기에 스튜디오 겸 미니 경기장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스튜디오가 생기면 GPL을 오프라인에서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기계획은 지금은 배틀그라운드 한 종목만 대회를 개최하지만 앞으로 포트나이트, 오버워치, 롤 등 다른 게임까지 확장해서 대회를 개최할 거예요. 아마추어들이 활발하게 대회에 참여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A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Q >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게임은 그저 놀이의 한 수단으로 굳어져 변화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살면서 게임 안 해본 남자아이들은 없을 거예요. 이제 게임도 하나의 문화콘텐츠가 된 거죠. 그러니 거기서 직업군이 나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해요. 게임을 열심히 한다고 너무 걱정만 하시지 말고, 그 아이들의 재능을 한번쯤은 눈여겨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자 역시 게임을 스포츠라기보다는 놀이 혹은 ‘킬링타임 수단’ 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순위에 오르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선수들과, 오전부터 새벽까지 꽉 차게 짜여 있는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을 직접 보고 나니 여느 스포츠와 다를 것이 없는 듯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잘 해야 한다. 이는 경쟁하는 선수들에게도, 회사를 운영하는 홍 대표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늘도 그들은 ‘GGWP’에서 뭉친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슴 한켠에 어떤 꿈을 품고 살아간다. 꿈을 막연히 동경만 할 수도, ‘해본 일’로 만들 수도 있는 젊음의 한복판에서, 과감히 좋아하는 일을 선택한 홍승표 대표와 프로 선수로의 도약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GGWP’가 제작한 영상콘텐츠는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R-rGu5vcyyx4BGnu9o0h3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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