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영월=월드투데이] 송인경 기자 = 영월의 대표적인 자연관광지 동강은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의 남쪽 가수리에서 영월군에 이르는 강으로, 총 길이 약 65㎞이다. 영월읍 동쪽을 흐르는 남한강의 별명이다. 동강이라는 하천 지명은 현지 주민이 부르는 것으로 영월읍 동쪽을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이다. 정식 명칭은 조양강이다.

조선시대 동강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상류는 연촌강(淵村江)이라고 불렀고 하류쪽인 영월에서는 금장강(錦障江)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동강이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동강의 일몰

동강은 남한강 수계에 속하며 정선, 평창 일대 깊은 골짜기를 흘러내린 물들이 정선읍내에 이르면 조양강이라 부르고, 이 조양강에 동남천 물줄기가 합해지는 정선읍 남쪽 가수리부터 영월에 이르기까지의 51km 구간을 '동강'이라 부른다. 산자락을 굽이굽이 헤집고 흘러내리는 동강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듯한 사행천(巳行川)을 이루고 있다.

전 구간에 걸쳐 깎아지른 듯한 절벽지형을 이루고 있다. 동강 유역에는 지표운동과 지하수·석회수의 용식작용 등으로 인해 많은 동굴이 형성되었는데, 2002년 현재까지 보고된 동굴만도 256개나 된다.

▲영월 백운산 백룡동굴

그 가운데 백룡동굴(白龍洞窟)은 천연기념물 206호로 지정되어 있다. 자연 경관 역시 수려해 어라연계곡(魚羅淵溪谷)·황새여울을 비롯해 곳곳에 기암절벽과 비경이 펼쳐지고, 주변에는 가수리(佳水里) 느티나무, 정선 고성리산성(古城里山城:강원기념물 68), 두꺼비바위와 자갈모래톱 등 빼어난 명승이 산재한다. 옛날에는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에서 목재를 뗏목으로 엮어 큰물이 질 때 서울까지 운반하는 물줄기로 이용되다가 1957년 태백산 열차가 들어오면서 수운(水運) 기능을 잃고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로 바뀌었다.

▲정선 고성산성 탐방로

생태계 역시 잘 보존되어 수달, 어름치·쉬리·버들치, 원앙·황조롱이·솔부엉이·소쩍새·비오리·흰꼬리독수리, 총채날개나방(미기록종)·노란누에나방, 동강할미꽃(미기록종)·백부자·꼬리겨우살이 등 미기록종을 포함해 많은 천연기념물·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야생화 털중나리

산골마을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영월. 그리고 영월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동강. 우리가 동강을 만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물길에 올라 래프팅을 하거나 물줄기를 따라 두발로 걷거나. 모두 매력적이지만 이번에는 동강 바로 옆에서 걷고 봉우리에 올라 동강 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걷기'를 택했다. 시작되는 여름,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동강으로 떠나보자.

동강 줄기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어라연'을 걷기 전 동강부터 살펴보자. 산골마을 강원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정선과 평창, 영월 땅을 차례로 적시는 동강은 뼝대(강원도에서 '벼랑'을 이르는 말)를 끼고 굽이굽이 흐른다. 물줄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보자면 태백 금대봉 자락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이 골지천을 이루고 정선에서 송천과 만난다. 여기에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이 몸을 섞으며 비로소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동강은 영월에서 서강과 합수해 남한강 줄기를 이뤄 한양으로 이어진다.

◆자연이 만들어낸 S라인에 눈앞이 황홀

동강을 살펴봤으니 본격적인 동강 여행을 시작해보자. 가장 대중적인 거운분교~잣봉~어라연~된꼬까리~만지나루~거운분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걷기로 했다. 총 7km로 쉬엄쉬엄 4시간이면 충분하다. 안내 표지판은 '3시간30분 소요'로 소개한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충분히 걸을 수 있지만 오르막 돌길이 부담스럽다면 잣봉에 오르는 대신 처음부터 동강 줄기를 따라 만지나루~어라연까지 갔다 되돌아오는 것도 괜찮다. 왕복 2시간30분 소요.

울창한 숲과 굽이치는 물줄기 모두를 만나러 일단 잣봉으로 향한다. 비포장도로와 숲길을 지나 가파른 오솔길이 시작된다. 오르막이지만 방향 팻말이 잘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흙길과 돌길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낙엽송 군락지 사이로 다시 완만한 숲길이 펼쳐진다. 드문드문 자리한 털중나리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반긴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뭇잎 틈새로 동강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좀처럼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감질날 즈음 첫 번째 전망대가 나온다. 잣봉에 오르기 전 두 번의 전망대와 닿는다. 첫 번째 전망대에서는 어라연의 일부만 보인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굽이치는 물줄기와 어라연이 한눈에 펼쳐지니까.

◆굽이치는 떼꾼들 사연 품은 동강 따라 걷는 길

아직 이른 여름이라 래프팅을 즐기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잔잔한 물길 위로 뗏목에 오른 떼꾼들이 절로 그려진다. 강원 산골에서 한양까지 이어지는 물줄기에 속하는 동강. 교통이 발달하기 전, 동강은 강원 산골에서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는 최적의 물길로 경복궁 재건 즈음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오토캠핑장

당시 태백과 정선 등 강원 남부에서 베어낸 목재들을 뗏목으로 엮어 동강 줄기에 올린 것. 굽이굽이 동강위에 오른 뗏목은 남한강을 따라 한양 광나루까지 흘러갔다. 전성기가 지난 후에도 1957년, 강원 함백선 개통 전까지 떼꾼들은 계속해서 물길에 올랐다. 동강 이야기에 떼꾼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뗏목이 알아서 한양까지 갈 수는 없었을 터다. 뗏목위에 올라 이들을 운반하는 '떼꾼'은 강줄기 사람들에게 '큰돈'을 벌 (아마도) 유일한 기회였으리라. 오죽하면 '떼돈'이라고 했을까. 하지만 세상에 쉬이 벌 수 있는 돈이 있으랴. 밖에서 보기에는 그저 잔잔하게만 보이지만 동강은 구불구불한데다 거센 여울까지 품은 어려운 물길이다. 큰 비까지 내려 불어난 물은 더 위험했다. 그래도 떼꾼들은 '아침밥이 사자밥'이라면서도 묵묵히 물길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평창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는 '떼꾼들 무덤'이라고 불리던 위험구간. '우리 집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 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가셨나'라는 노래 자락에서 서방을 물길에 보낸 아낙들의 근심이 묻어난다. 천신만고 끝에 황새여울을 건너오면 잔잔하고 아름다운 어라연에 닿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된꼬까리 여울이 떼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만 넘어가면 당시 동강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던 만지나루의 주모, 전산옥과 만날 수 있었다.

◆신선이 노닌다는 미모의 어라연

▲어라연계곡

잣봉에 오른 후 어라연으로 내려간다. 이제부터 동강 줄기를 왼쪽에 두고 걷는다. 된꼬까리와 만지나루를 지나 출발점인 거운분교로 향한다. 지척에 뱀딸기와 오디가 자리한다. 어라연 주변에 뱀이 많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그가 품은 전설이 이어진다.

동강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어라연. 빼어난 풍광 덕에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바위라는 세 개의 신선바위 삼선암이 자리한다. 근육질 뼝대와 옥빛 물줄기에 놓인 바위, 그리고 푸른 소나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아, 어라연에 얽힌 뱀 전설도 들어보자. 옛날 옛적 어라연에 큰 뱀이 살았다. 거운리 주민 정씨가 어라연에서 낚시를 즐기다 뱀의 공격을 받았다.

이때 황쏘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로 뱀을 찔러 정씨를 살렸다. 이때부터 이 주변의 정씨들은 황쏘가리를 먹지 않았다. 지금도 이곳 사람들은 어라연에서 뱀을 만나면 '황쏘가리'라고 외치면 물리칠 수 있다고 여긴다. 뱀딸기 구경을 하며 '뱀의 출현'에 대비해 '황쏘가리'를 중얼거려본다. 덕분인지 다행히도 뱀과의 조우는 없었다. 어라연에 도착하면 이때부터 눈높이를 맞춰 걷는 강변길이 시작한다. 가뭄으로 마른 물줄기 옆으로 바위들이 몸을 드러낸다. 강변을 노란 물결로 채운 원추리도 힘이 없다.

된꼬까리를 지나 만지나루로 향한다. 전설의 객주집도, 주인장 전산옥도 모두 사라지고 무성한 풀 사이에 세워진 안내판만 그들의 존재를 속삭인다.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떼꾼들은 황새여울과 된꼬까리를 무사히 지나 드디어 안도하며 '살았구나'를 외쳤으리라. 미모에 노래실력까지 갖춘 주인장이 있는 전산옥 주막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나온 이들에게 주막이나 쉼터 그 이상이지 않았을까. 동강줄기를 따라 떼꾼들이 부르던 '정선아리랑'이 들려오는 것 같다.

◆잣봉~어라연 트레킹

▲잣봉-어라연 트레킹

잣봉(537m)은 동강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어라연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다. 강줄기와 산줄기가 어우러져 신선이 부럽지 않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번 트레킹은 거운분교~마차마을~만지고개~잣봉~어라연~만지나루~거운본교 원점회귀 코스로 숲길과 산길, 강변까지 걸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다. 거운분교 지척, 시작점에 자리한 동강탐방안내소(삼옥안내소)에서 안내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총길이 7km 정도로 왕복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 필요하다. 만지나루를 지나 어라연상회 가기 전까지 샘터와 매점이 없으니 반드시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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