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업의 젖줄 만경강

만경강은 전라북도의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율치의 밤샘(또는 진틀, 657m)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흘러 황해의 새만금사업지구로 유입하는 국가 하천이다.

길이 80.86km, 유역면적 1,504.35㎢이다. 금강(錦江)·동진강(東津江)과 함께 호남평야의 중앙을 서류하여 익산 남쪽을 지나 황해로 흘러든다. 완주군 원정산(遠?山)에서 발원하여 전주천(全州川) 등의 지류를 합하고 그 연안에 좁은 충적지를 형성한다.

‘만경’이라는 지명은 조선 시대 하천의 하류에 입지하였던 만경현(현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읍)에서 유래되었다. 본래 만경은 백제 시대에는 두내산현(豆內山縣)이었는데, 신라 시대에 만경현으로 개칭되어 김제군에 속했다. 고려 시대에는 임피현(臨陂縣)에 속하였으며, 1913년 김제군에 편입되었다. ‘만경’의 ‘경(頃)’은 ‘백만 이랑’이란 뜻으로, 넓은 들을 의미한다.

조선 시대에 이 하천은 '사수(泗水)'로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여지고』(김제)에 "사수(泗水)는 속칭 회연(回淵)이라고 하는데 그 아래를 율포(栗浦)라 일컫고 그 아래를 신창진(新倉津)이라 일컫는다."라는 기사가 있고, 동일 문헌의 전주조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전칭으로 불렀음을 보여 준다. 『대동여지도』에도 『여지고』에 수록된 율포, 신창진 등의 지명이 표기되어 있다. 한편, 고산현 남쪽의 하천에 '남천(南川)' 지명이 표기되어 있어 부분칭으로 사용하였음을 보여 준다.

예전부터 관개와 주운(舟運)에 이용되어 왔다. 만경강 하구에서 대장촌(大場村)(현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 춘포리)까지 항행하는 사이에 김제의 신환포(新煥浦), 익산의 목천포(木川浦)와 사천리(沙川里) 등의 선착장이 있어 곡물을 팔려고 내어놓는 시기에 많이 이용되었다. 만경강 유역에는 전라북도 전주시·익산시·김제시 등이 위치하고, 전라선·호남 고속 도로·서해안 고속 도로가 만경강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새만금 조감도

만경강 하구 일대의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전라북도 군산시·김제시·부안군에 총길이 33㎞의 방조제를 축조하여 총면적 4만 100㏊의 토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간척 사업이다.

33㎞의 새만금 방조제는 2010년 4월 개통되었고, 현재는 내부 개발이 진행 중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매년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겪고 있는 새만금 지구의 만경강 유역 1만 2,000㏊에 대해 피해를 예방하는 기능을 하여,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국토의 외연적 확장과 농어촌 발전 기반 조성, 수자원 확보, 지역 종합 개발, 간척 농지 개발 및 쾌적한 복지 농어촌 도시를 건설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갯벌을 매립하는 간척 사업의 영향으로 인해 갯벌 생태계 파괴, 수산 자원의 고갈, 해양 오염의 증가 등 여러 가지 환경 문제의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강의 근원은 산입니다. 산이 물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산은 강의 어머니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전라북도에는 네 개의 강 발원지가 있다.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 뜬봉샘, 섬진강의 발원지 진안 데미샘, 동진강 발원지인 정읍 여우치마을, 그리고 만경강의 발원지 완주 밤샘이다. 

◆만경강 발원지를 찾아서

▲만경강 밤샘 입구

전주에서 출발하여 진안 방향으로 가다가 완주 소양면 화심에서 동상면 쪽으로 좌회전한다. 평지를 달리던 차는 이내 굽이굽이 고개를 넘는다. 밤티 고개다. 밤이 많은 고개라는 의미로 밤치(峙)인데 밤티로 변했다. 고개를 내려가면 버스정류장 옆에 밤샘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끝에 있는 작은 다리 밤샘교를 건너 우측 빈터에 주차를 하고 이곳부터는 걸어서 오른다. 밤샘으로 가는 길은 임도(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도로)로 되어 있다. 승용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 넓은 길이다.

임도를 걷는 것은 편하지만 조금 밋밋하기도 하다. 일반 등산로나 둘레길에 비해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대신 풀꽃이 많은 시기라서 심심하지는 않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들꽃은 개망초꽃이다. 흔하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꽃이지만 눈 높이를 맞추고 보면 꽤 괜찮아 보이는 꽃이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예쁘다.

◆밤샘까지 1.5km

만경강 발원지 밤샘 들꽃길

숲 사이에 감추어진 이정표가 보인다. 숲길을 걷다가 이정표를 만나면 항상 반갑다. 지나온 거리를 확인하고 앞으로 남은 거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표가 1km가 남았음을 알려 준다. 까치수영꽃도 많이 보인다. 어릴 적에는 꽃보다는 연한 잎에 관심을 가졌던 풀이다. 이 꽃이 이렇게 예쁜 줄 그때는 몰랐다. 특히 긴 꽃 대에서 작은 꽃이 순차적으로 피고 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볼 수 있다.

길을 가는데 오른쪽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가늘게 들린다. 물소리에 끌려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다. 계곡 바위 위에는 이끼가 파랗게 올라앉았다. 그 옆으로 졸졸졸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 밤샘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다. 밤샘을 빨리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밤샘까지는 약 500여 m가 남아있다. 마음으로는 단숨에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면서 오른다. 이번에는 꿀풀꽃이 눈에 띈다. 숲길을 걸을 때 아름다운 장면 중의 하나가 빛을 받은 나뭇잎 풍경이다. 빛을 받은 나뭇잎은 파스텔 톤의 색으로 바뀌면서 은은한 느낌을 준다. 가까이 다가가면 잎맥이 선명히 드러나 보이며 자연히 빚어내는 예쁜 풍경이다.

▲굴피나무

길 위에 기다란 꽃이 노랗게 떨어진 곳을 지난다. 굴피나무꽃이다. 제 역할을 다한 수꽃이 떨어져 길을 노랗게 물들였다. 수정을 마친 암꽃은 솔방울 모양으로 자라게 된다. 가을에는 진한 갈색의 열매를 볼 수 있겠다. 만경강 발원지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임도 옆에 있어 접근성은 아주 좋은 것 같다.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가면 늪지가 나온다. 죽은 나무로 적당히 걸쳐 놓은 다리를 지나면 편백숲이다.

▲편백 숲

편백숲을 지나는 순간에 다시 구름이 내려앉아 주위가 조금 더 어두워졌다. 신비스러운 효과를 주기 위해서 하늘이 배려한 모양이다. 편백숲을 살짝 돌아가면 바로 그곳이 밤샘이다.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은 주변에 인공 시설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밤샘 주위를 돌로 쌓은 정도이고 수로는 정비하지 않아 늪지대가 되었다. 밤샘 옆에는 만경강 발원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지만 잘 흘러내려갈 수 있도록 물길 정도만이라도 정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도 끝가지 걷다

밤샘을 보고 바로 내려가는 것보다 임도 끝까지 산책 삼아 걷기로 했다. 임도 구간이 3km 정도인데 밤샘이 그 중간쯤에 있다. 밤샘은 임도 고개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조금 오르고 나서 그 뒤로는 내리막길이다. 경사는 완만한 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가는 길에 튤립나무숲이 보인다. 백합나무라고도 부르는 나무인데 빛을 받아 아름다운 풍경이다. 임도의 끝은 보룡재와 연결되며, 완주와 진안의 경계이다. 보룡재를 전주-진안 간 도로가 지나간다.

다시 고개를 지나 내려갈 때는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올라올 때는 풀꽃에 관심이 팔려 숲속에서 나는 소리를 많이 듣지 못했는데 주로 새소리이다. 소리가 다른 것을 보면 4~5종류의 새가 놀고 있나 보다. 그러다 푸드덕거리며 가까운 곳에서 새가 날아가는 소리도 들린다.

숲속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찾아 눈을 돌리다가 나뭇잎이 부분적으로 하얀 나무를 발견했다. 덩굴식물인 개다래이다. 개다래꽃도 하얀색인데. 잎 아래에 꽃이 피어 있어 위에서는 꽃 잘 보이질 않는다. 잎이 하얗게 된 것은 매개 곤충에게 꽃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변한 것이다, 수정이 끝나면, 흰색이 사라진다. 식물들도 종족 번식을 위해 대단한 진화를 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임도 걷기를 마치고 갈 때는 밤샘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갔다. 졸졸졸 흐르던 물줄기가 다른 물줄기와 합해져 큰 물줄기를 이루고 동상저수지, 대아저수지에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 만경강을 이룬다. 만경강은 완주,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적시고 서해로 흘러간다.

◆만경강 발원지 밤샘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을 찾아가는 여정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만경강의 근원을 찾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그렇고 길을 걸으며 만나는 들꽃을 감상하는 것 또한 그렇다. 밤샘을 보는 것 외에 덤으로 임도를 걷는 수확도 얻었다. 밤샘을 다녀오면서 한 가지 바람도 생겼다. 밤샘이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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