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사진제공=박장권

경기도 운악산은 예로부터 한국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혀왔다. 동에 금강산, 서에 구월산, 남에 지리산, 북에 묘향산, 그 동서남북 한가운데 명산으로 이름 높은 운악산 기슭에 천년 고찰 봉선사가 있다.

하늘을 가릴 듯이 우거진 수목원의 낙엽송을 따라 걷다보면 그 길 끄트머리에 봉선사로 드는 초입이 나온다. 절 앞으론 많지 않은 전답이 펼쳐지고 논둑 저편으로 짙푸른 소나무들이 열지어 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광릉과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 절에 들르는 이들도 많아져 반갑지만, 절 초입에 가게들이 요란하게 늘어서면서 절의 고요가 사라진 점은 못내 아쉽다.

▲1920년대 봉선사 

봉선사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에 있는 고려전기 승려 법인국사 탄문이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이다. 969년(광종 20)에 법인국사(法 印 國 師)탄문(坦 文)이 창건하여 운악사(雲 岳 寺)라고 하였다. 그 뒤 조선 세종 때에 이전의 7종을 선교양종(禪 敎 兩 宗)으로 통합할 때 이 절을 혁파하였다가, 1469년(예종 1)에 세조의 비 정희왕후(貞 熹 王 后) 윤씨(尹 氏)가 세조를 추모하여 능침을 보호하기 위해 89칸의 규모로 중창한 뒤 봉선사(奉 先 寺)라고 하였다. 현재 보물 제397호로 지정되어 있는 봉선사대종을 같은 해에 주조하였다고 한다.

▲춘원 이광수 기념비 사진제공=박장권

봉선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국전쟁 때 거듭 병화를 입는 비운을 겪는다. 낭혜대사(1593년)의 뒤를 이어 계민선사(1637년)가 중건하고, 1749년(영조 25)과 1848년(헌종 14)에 다시 중수해 고아하고 장중한 대찰의 면모를 되찾았으나 오늘의 봉선사는 1960년 무렵부터 재건불사를 일으킨 가람의 모습이다. 가람배치는 당초 궁궐건축과 사원건축이 혼합된 형식으로 정면 높직이 대웅전이 놓이고 그 좌우로 어실각과 노전이 있었다. 지금도 기본 골격은 예전 그대로다.

근년엔 상해에서 흥사단에 가입, 독립운동을 펼치다 30세에 출가한 운허(雲 虛, 1901~1980)스님이 동국대 역경원장을 역임하면서 대장경의 한글 번역을 이곳에서 시도, 대중교화에 주력했다. 그 뒤를 이어 현재 월운스님이 역경사업과 한글서당을 운영하면서 젊은 인재를 배출, 교학불교에 뛰어난 봉선사의 면면을 살려내고 있다.

봉선사엔 현재 운허스님의 불교 대중화 의지가 담긴 한글 현판 ‘큰법당’이 붙은 대웅전이 있고, 큰 법당 안 사방 벽에는 한글과 한문으로 동판에 새긴 '법화경'을 붙여놓아 이채롭다. 큰 법당 양 측면에 방적당과 운하당·요사채 등이 있고, 정면과 그 옆으로 보제루와 범종각이 있다. 가람을 둘러보면 보제루 앞 마당가와 큰 법당 양쪽으로 이전의 건물터임을 알 수 있는 축대와 주춧돌이 남아 있어 옛 가람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절 안에는 보물 제397호로 지정된 범종과 칠성탱화·독성탱화·오층탑이 있는데, 칠성탱화와 독성탱화는 1902년 동대문밖 원흥사가 폐사되면서 옮겨온 것이다. 절문밖을 내려서 조금 지나면 부도밭이 있는데 이곳에 보운당 부도, 운허스님 부도·부도비 등과 함께 춘원 이광수의 추모비가 서 있어 눈길을 끈다.

▲봉선사 동종 사진제공=박장권

봉선사 동종은 1469년 정희왕후 윤씨가 봉선사를 크게 중창할 때 세조의 명복을 빌기 위해 조성한 봉선사 동종은 보물 제397호이다. 높이 230㎝, 입지름 154㎝. 전체적으론 종몸의 폭이 좁고 정상부에 음통이 없이 쌍룡의 종뉴만 있어 조선시대 범종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광릉 사진제공=박장권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에 있다. 광릉 입구 주차장에서 314번 지방도로를 따라 다시 남양주 쪽으로 1.6㎞ 가면 길 오른쪽에 광릉 상가단지가 나오고 상가단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약 400m쯤 가면 봉선사에 닿는다. 승용차는 봉선사까지 갈 수 있으나 대형버스는 상가단지 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광릉 상가단지에는 숙식할 곳이 여럿 있다. 대중교통은 광릉과 같다.

▲광릉 국립수목원 사진제공=광릉 국립수목원

주변에 광릉과 국립수목원이 있으므로 함께 들러보는 것이 좋다. 봉선사의 약수는 우리나라 100대 약수 중 하나로 소문나서 물통을 들고 찾아오는 여행객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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