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월드투데이] 송인경 기자 = 정부의 무책인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정책이 강원도 철원 양돈농가들을 울리고 있다.

[사진=송인경 기자]

철원의 양돈농가 13곳은 정부의 방역정책에 따라 지난 11월 돼지를 살처분했다.

하지만 이들 농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살처분 명령에 따른 살처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계안정비용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철원농가들은 “지난 11월 권고 형태로 진행됐던 수매·도태는 사실상 살처분 명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0월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철원·고성의 남방한계선 10㎞ 이내에 있는 양돈농가 30곳을 대상으로 희망농가에 한해 수매·도태 신청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희망농가가 소수에 그치자 ‘분뇨 반출금지’ ‘출하 이동제한’의 내용을 담은 ‘고립화’ 정책을 폈고, 이에 농가들은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수매·도태를 ‘희망’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 양돈농가는 “철원에서 매일 1000마리의 돼지가 나오는데, 당시 지역 내 도축장에서 작업 가능한 물량은 하루 300마리 수준에 불과했다”며 “돼지 체중이 150㎏이 넘어도 출하가 안되다보니 결국 수매·도태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상 반강제로 살처분이 이뤄졌지만 형식은 권고에 따른 수매·도태이다보니 수매비용 이외의 추가적 지원은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농가에 지급하는 생계안정비용의 경우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가축의 소유자’에게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어 철원농가들은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러한 농가를 구제하고자 ‘권고’만 할 수 있는 현행 도태 관련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명령’할 수 있도록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ASF와 같은 가축전염병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에 시장·군수·구청장이 가축 소유자에게 도태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법적 지원근거를 마련하고서 철원의 해당 농가들에도 소급적용해 지원하겠다는 게 농식품부 입장이다.

하지만 농가들은 이러한 개정안에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자체장에 의한 도태 명령이 가능해지면 과도한 살처분이 이뤄져 농가에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원의 한 농가는 “농가에 대한 지원근거 마련을 핑계로 도태 권고규정을 도태 명령으로 바꾸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는 도태 명령을 담은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농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