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최초 '부부 아너' 탄생

[서울=월드투데이] 최필호 기자 = "시장 한 귀퉁이 포장마차에서 팔던 꼬막비빔밥이 6년 만에 서울 한복판 백화점에서 팔리고, 미국 LA, 뉴욕, 시카고에서도 팔릴 줄은 꿈에도 몰랐죠. 최고의 꼬막비빔밥으로 번 돈을 쓰는 최고의 방법은 기부라고 생각했어요."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엄지네 포장마차'에서 만난 김미자(53), 최근영(61)씨 부부는 "기부의 맛에 빠졌다"고 했다. 엄지네 포장마차는 전국에서 꼬막비빔밥을 맛보려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주말이면 3시간은 줄을 서야 할 정도라 '꼬막비빔밥의 성지(聖地)'로 불릴 정도다.

서울과 세종, 충북 청주 등에 9개 분점을 냈고, 작년 12월부터 미국 LA 등지에서 팝업 매장(Pop-up store·일주일 이내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열기도 했다. 마흔 살에 대형 건설회사 임원에 올랐던 남편 최씨가 1997년 "내 사업을 하겠다"고 퇴사해 차린 건설업체가 외환 위기에 휩쓸려 부도가 난 뒤 부부는 0.7t 트럭에서 떡볶이, 순대를 팔았다.

2002년 부부는 더 이상 서울에서 버틸 수가 없어 강릉으로 내려왔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 내놓은 꼬막비빔밥이 대박이 났다. 부부는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함께 가입했다. 두 사람을 포함해 부부 아너는 모두 186쌍이다.

꼬막비빔밥집 부부는 아내 김씨가 지난 2월, 남편 최씨가 두 달 뒤인 지난 4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강릉 최초의 '부부 아너'가 됐다. '강릉 9호 아너'가 된 김씨 가입식 때 "한 명만 더 가입하면 10명을 채운다"는 말을 듣고 최씨도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최씨는 강릉시청에서 열린 가입식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내 가입식 때 정장이 없어서 핀잔을 들었어요. 그래서 제 가입식 때 입으려고 20만원을 주고 양복 정장을 마련했어요. IMF로 회사 망하고 22년 만에 처음으로 양복을 입었네요."

부부는 지난 시절이 참 힘들었다고 했다. 아내 김씨는 "2002년 강릉에 내려와 동부시장에서 가게를 내고 17년 동안 경포대해수욕장과 설악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고 말했다.

김씨는 남편이 양복을 입고 찍은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식 사진을 액자에 넣어 매장에 걸어놓았다. 부부는 올 초 시장 골목에서 나와 2층짜리 가게를 얻었다. '강릉엄지네포장마차'라는 이름은 2007년부터 썼다고 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아이 이름이 엄지냐'고 묻는데, 꼭 최고가 되겠다고 각오하고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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