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투데이] 남궁진 기자 =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된 사건 재판이 점점 검찰과 법원 양자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4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9일 서울중앙지법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및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 사건 공판 준비기일은 사실상 검찰과 재판부의 '감정싸움'으로 공전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 10일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한 재판부 결정이 있다.

검찰을 옹호하고 재판부 결정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2012년 9월 7일 자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기본 사실이 동일한데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 결정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범행의 날짜, 장소 등 기초적 사실관계가 지나치게 많이 바뀐 만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5가지 요소를 따졌지만, 사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행 날짜"라며 "날짜가 2012년 9월에서 2013년 6월로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에 처음 기소했을 때 검찰이 공소시효 문제를 중요하게 봤는데, 이렇게 시점이 달라져 버리면 공소시효를 두고 피고인이 따질 내용도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다시 문제의 시발점은 지난 9월 6일 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조사 없이 표창장 위조 혐의를 기소한 때로 돌아가게 된다.

당시 검찰의 결정을 두고 '인사에 개입하는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부담은 결국 현재의 재판에서 검찰이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더라도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고 새로 기소하면 그만이었다. 이후 수사에서 밝혀진 결과 공소시효가 충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기존에 기소한 사건을 취소하지 않은 채 정 교수를 다시 기소했다. 항소심 단계에서 다시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판단 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공소를 취소하면 과거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로 기소한 사건은 아직 재판부가 배당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병합을 신청한 만큼 똑같이 형사합의25부에 배당돼 기존의 입시비리 사건과 합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표창장 위조'라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두 번 기소하고, 그 사건을 같은 재판부에서 병행해 심리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검찰이 이런 선택을 함에 따라, 법원 역시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검찰의 주장대로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법원의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 아픈 상황이다.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에 대해 명쾌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재판부 판단에 따라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법조계에서는 본다.

이 경우 '이중 기소'가 현실화하고, 그중 적어도 1개 사건은 항소심 단계에까지 올라가 있게 된다.

더구나 이런 이중 기소의 상황이 벌어지도록 결과적으로 법원이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중 기소로 판단되면 그 중 한 개의 사건은 공소 기각 결정을 해야 하는데, 어느 사건을 기각할 것이냐의 문제도 만만찮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재판부가 조금 더 차분히 소송 지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판부가 여러 차례 검찰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냄에 따라, 검찰 내부에는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가 감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진실을 규명하는 재판 절차도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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