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미 코끼리 상아 강제로 잘리고 총까지 맞아 죽은 채로 발견[사진제공=뉴스1]

[서울=월드투데이] 류현미 기자 = 올해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에서 마지막 남은 '수마트라 코뿔소'가 폐사한 것은 물론 멸종위기종인 '피그미 코끼리' 최소 24마리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피그미 코끼리의 서식지인 사바주에서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정부 공식 집계로만 145마리의 코끼리가 죽었다.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죽은 코끼리도 있지만, 상당수는 밀렵을 당하거나 농장 훼손에 화가 난 주민, 팜유 농장주 등에게 독살당했다.

피그미 코끼리는 다 컸을 때 키가 2.4m 정도로 작고 덩치에 비해 큰 귀 때문에 '덤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야생 개체 수가 1500여 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종이라 포획이 금지돼 있다.

지난 9월 사바주의 한 농장에서 총알 70여발을 맞고 상아가 잘린 피그미 코끼리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농장 경비원 등 용의자 5명을 체포하고, 코끼리 사체가 발견된 지점에서 10㎞ 떨어진 바나나 나무 밑에 숨겨둔 상아를 회수했다.

10월에도 상아 두 개가 모두 잘린 코끼리 사체가 사바주 농장에서 발견됐으며, 11월에 두 마리, 지난 9일 한 마리의 사체가 잇달아 발견됐다.

사바주 야생동물 보호 당국은 "코끼리를 죽이면 5년 이하 징역형과 25만 링깃(72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다"며 "포상금도 주니까 밀렵, 독살 등 코끼리 관련 정보가 있으면 꼭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 '수마트라 코뿔소' 멸종[사진제공=뉴스1]

한편, 올해 말레이시아 영토에서 수마트라 코뿔소는 모두 사라졌다. 다만, 인도네시아 영토에는 30∼80마리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마트라 코뿔소는 코뿔소 중 덩치가 가장 작고 아시아 코뿔소 중 유일하게 뿔이 두 개다. 말레이시아 영토의 코뿔소 개체 수는 점차 줄더니, 사바주 보호구역에서 생활하는 암·수 한 쌍만 남았었다.

하지만, 수컷 수마트라 코뿔소 '탐'(Tam)이 고령에 따른 신장·간 부전으로 치료받다가 지난 5월 27일 폐사했고, 지난 11월 23일에는 자궁종양을 앓던 암컷 '이만'(Iman)이 죽었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손잡고 이만에게서 채취한 난자를 인공수정해 자국 내 수마트라 코뿔소를 복원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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