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너구리굴’ 금연 단속(사진제공=최필호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최필호 기자 = 여의도 증권가의 ‘너구리굴’이라고 불리는 골목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단속에 나선 영등포구와 흡연자들 사이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단속 첫날에만 100명이 넘게 적발되는 등 진통이 이어졌다. 흡연구역 지정이 당연한 조치라는 목소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증권사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3일 점심시간, 한화투자증권 빌딩 앞 의사당대로 변에 설치된 흡연구역 2개소와 NH투자증권 본사 앞 흡연장에는 각각 20명이 넘는 흡연자들이 북적거렸다. 한화투자증권 빌딩에서 신한금융투자타워로 이어지는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전처럼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등포구 보건소에서 나온 8명의 단속 인력은 200미터 길이의 거리를 수시로 순찰했다.

영등포구는 작년 10월에 이 골목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후 지난 2일부터 적발된 흡연자에게 벌금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위워크 여의도역점 입주사 직장인 A씨는 “과거에는 골목 양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가득해 코를 막고 이동해야 했다”며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불만이 속출했다. 이 골목에는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입주해있다. 특히 트레이딩 분야의 경우 촌각을 다투며 돈이 오가는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를 흡연을 통해 해소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시행 첫날 오전에 평소처럼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적발된 이들이 속출했다. 적발되면 10만원의 벌금이 물린다.

한 증권사 직원은 “금연구역 지정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조치였다는 점이 아쉽다”며 “금연 포스터는 작년부터 붙어있었고 회사를 통한 공지도 없었던 만큼 계도기간 종료 사실을 모르고 적발된 인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금연구역 지정으로 증권가 골목 내 흡연구역은 NH투자증권 본사 앞 흡연부스만 남게 됐다. 흡연가들 사이에선 추가 부스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등포구는 금연구역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집중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영등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단속 첫날인 2일에는 적발된 인원이 100명이 넘었지만 3일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이 사유지라 골목 내에 흡연구역을 설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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