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25~30%가 비만, 개의 10%가 심장병 앓는다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비만, 심장병, 당뇨병 등 인간들의 성인병을 함께 고민하는 우리집 반려견

베이비붐 세대, 필자는 시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때만 하더라도 도시락에 꽁보리밥만 싸가지고 왔던 친구들은 도시락 뚜껑 열기를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난과 보릿고개를 경험했던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서는 ‘비만(Obesity)’이란 용어는 아주 생소했다. 하루 먹을 쌀이 없었던 시대였던 만큼 비만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뚱뚱한 거구의 비만체구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을 질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과거에는 분명히 ‘개팔자가 상팔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개에 대해서도 비만과 그에 따른 질병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개의 25~30%가 비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개 비만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대략 반려견 중 25~30%가 비만이다. 특히 개 나이 5~11세에서는 40-45%가 정상 체중 이상인 과체중, 즉 비만 위험군에 속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의 비만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인간과 마찬가지로 체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의미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정상 체중보다 체지방이 20%이상 축적되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문제는 개에서도 비만일 경우 심각한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 비만의 위험요소는 무엇인가?

이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과다한 지방(Fat)의 축적은 개 건강과 수명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비만견보다 여윈 개가 오래 산다

통계학적으로 볼 때, 6-12개월령 개를 기준으로 비교적 어릴 때부터 여윈 개가 과체중인 개보다 오래 산다는 보고가 있다. 지방은 생체 내 불활성 조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염증 호르몬 분비 및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생체 내 다양한 질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질병이란, 첫째로 다양한 형태의 암·당뇨병 및 심장질환 등이다. 둘째, 뼈에 생기는 관절염을 비롯해 노화가 진행되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관절부위 퇴이다. 셋째, 방광 결석을 비롯한 갑상선 기능저하증 또는 부신기능 활성으로 유발되는 쿠싱병 등이다.

우리인간은 한 때, 못 먹고 못살 때 똥배 사장을 보면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간을 보고 말이야!!

지금은 반대로 인간 아닌 우리 집 개의 비만도 걱정해야 된다니--

 

사진제공=픽사베이

약 10%의 개가 심장병을 앓고 있다

개가 심장병에 걸릴까? 의사인 친구가 나에게 약간 의아하게 던진 질문이지만, 내 대답은 "of course(당연)"다.

개 심장병에 대한 정확한 국내 데이터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780만 마리의 개가 매년 심장병을 앓고 있다. 이 수치는 미국 내 전체 개의 약 10%에 해당한다.

개에게 있어 가장 일반적인 심장병은 심장판막(valvular disease)인데, 전체의 약 70-75%가 이 병으로 진단되고 있다. 대게 5세 미만의 소형견에서 관찰된다.

그 외 13%의 심장질환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심장 사상충(Heartworm disease)이다. 이 질환은 스파게티(Spaghetti) 심장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심장 폐동맥 내 심장사상충이라고 하는 기생충이 스파게티 면처럼 엉겨 있기 때문이다.

심장 사상충에 감염된 모습을 X선 촬영한 모습 (사진제공=미국사상충협회)

또한 심장근육질환은 심장근육이 비대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대략 8% 내외의 대형견에서 발생된다.

그렇다면 심장병의 주요 증상은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개 심장병의 증상은 심장병의 종류와 심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요한 사항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울혈성 심부전으로 서서히 진행되면서 피로와 운동을 기피하고 호흡곤란 및 식욕부진, 복부 팽만, 수면장애 또는 기침을 동반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면 반드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집 개의 당뇨병을 걱정하라

개 당뇨병(Diabetes mellitus)도 있을까? 인간에게 당뇨병은 아주 친숙한 질환이다. ‘할아버지도 아빠도 혈당이 높아 우리집안의 가계도로 볼 때, 나도 당뇨병 위험군에 속한다’는 말은 흔히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집 개도? 한번 알아보자.

당뇨병은 우리 몸의 췌장(이자) 질환이다. 개에서는 위와 십이지장 부근에 인접한 생체기관이다.

췌장은 두 가지의 중요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한 그룹의 세포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나머지 그룹의 세포-베타세포(Beta cells)-에서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해 혈관 내 포도당(혈당)을 우리 몸에 분포하고 있는 세포에 전달하게 되고, 이것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이 혈당 조절에 실패 할 때를 당뇨병이라고 말한다.

우리 몸이든 반려견의 몸이든, 몸에서 사용 돼야 할 포도당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고혈당 상태가 장기간 유지 되면 여러가지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제2형 당뇨병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물을 많이 마시는 개는 당뇨병을 의심하자

개에게서 당뇨병이 발생될 경우 4가지 주요 증상을 보인다.

우선, 인간과 유사하게 갈증·다뇨·체중감소 및 식용 증가를 관찰 할 수 있다. 반련견의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세포들이 굶주리게 되면 체내에 저장된 지방과 단백질을 대체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하게 되고, 부수적으로 혈액 내 포도당은 고혈당으로 계속 유지되면서 많은 양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반려견은 본능적으로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당뇨병을 진단 받을 경우, 인슐린 주사나 당뇨병 약 처방을 받는데 개도 동일한 처방을 하게 되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인간의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 두 가지 서로 다른 당뇨병 형태로 구분된다. 두 가지 형태의 당뇨병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발병기전은 서로 다르다. 상세하게 한번 알아보자.

제1형 당뇨병(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서 베타세포가 완전히 망가져서 인슐린을 전혀 분비하지 못하는 형태이다. 대부분의 개에서는 제1형 당뇨병이 가장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 형태의 당뇨병은 인슐린 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

제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일부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그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충분하게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활용을 못하는 경우다.

이 경우는 대부분 노령의 비만한 개에게 발병되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혈당 조절을 위해 구강 투여 약을 처방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에 비해 약 효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당뇨병 개, 하루 한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마지막으로 반려견 당뇨병의 위험 요소와 처치법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일반적인 나이로 볼 때 당뇨병은 5세 이상의 원로견(10세 이상)에서 발생 가능하며, 성별로는 중성화 시키지 않은 암캐에서 두 배정도 발생이 높다.

그 외 만성 췌장염, 스테로이드 약물에 장기간 노출되어 쿠싱병을 앓고 있는 개나 견종에 따라 유전적 발생의 가능성도 있다. 2003년 미국수의사회(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보고에 의하면, 반려견 당뇨병은 순종견(Purebreeds)이 믹스견(Mixed-breeds)에 비해 발생율이 높다고 한다.

참고적으로 당뇨병이 많이 발생하는 순종견을 순서대로 보면, 푸들(Poodles), 비숑프리제(Bichons Frises), 퍼그(Pugs), 닥스훈트(Dachshunds), 미니어쳐 슈나우저(Miniature Schnauzers), 풀리(Puli), 사모예드(Samoyeds), 및 케이스혼트(Keeshonds) 등의 순이다.

비숑프리제, 닥스훈트, 미니어쳐 슈나우저, 사모예드 (사진제공=akc)

우리집 개의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양질의 단백질 섭취 뿐만 아니라 섬유소와 복합 탄수화물 및 저지방 음식을 먹여야 한다.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이며, 당뇨병으로 진단되었을 경우는 하루에 한 번씩 피하 인슐린 주사를 반드시 맞추어야 한다.

*참고: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AVMA), Merck Veterinary Manual, VCA Animal Hospitals, Adelaide Animal Hospitals, PetMD,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and Washington State University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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