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조사…공정성 척도 '법 집행' 가장 낮아

[수원=월드투데이] 박장권 기자 = 경기도민 4명 가운데 3명꼴로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경기연구원은 경기도민 1천2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이 76.3%로 나왔다고 밝혔다.

반면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응답은 23.7%에 불과했다.

[경기연구원 제공]

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과 능력(18.7%)보다는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81.3%)이 더 중요하다는 답변이 4배 이상 많았다.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는가'와 '마땅한 보상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각각 학력, 소득, 자산, 고용 수준이 낮을수록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보상을 분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평등한 분배(26.9%)나 선별적 분배(22.2%)보다 능력에 따른 분배(51.0%)를 더 선호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평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더 분배하는 방식보다는 노력과 투자를 많이 한 사람에게 더 많이 보상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셈이다.

[경기연구원 제공]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분야별로 물어본 결과, 모든 분야에서 불공정하다(10점 척도에서 5.5점 이하)고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야별로는 법 집행(3.4점) 공정성이 가장 낮았고, 그다음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관계(3.6점), 분배구조(3.8점), 소득에 따른 과세(4.0점), 성 평등(4.4점), 취업 기회(4.4점), 교육 기회(5.3점) 등의 순이었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응답한 사람과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 사이에는 재산 축적이나 취업 기회, 소득에 따른 과세, 적정 임금 기회 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뚜렷했으며 자신의 하위층에 속한다고 생각할수록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아울러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울분 정도(4점 척도·4점에 가까울수록 울분을 크게 느낌)를 측정한 결과 3.39점으로 매우 높게 나왔다.

13개 이슈에 대한 울분 수준 조사에서 정치 부패(3.61점)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불평등한 사법 관행(3.60점), 편파 보도(3.55점), 편파 수사(3.52점), 안전사고(3.46점), 개인·기업 갑질(3.45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신뢰도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울분의 정도도 높게 나왔다.

이 밖에 대학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학생부 위주 전형(18.9%)보다 수능 위주 전형(62.8%)이 더 공정하다고 응답했고 수능 위주 전형(19.2%)보다 학생부 위주 전형(69.4%)이 부유층 자녀에게 더 유리하다고 답변했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은 울분을 낳고, 울분은 극단적인 선택이나 혐오 감정 등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이 크기 때문에 예방적, 정책적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라며 "절차적 공정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분배 정의를 실현하는 정책의 발굴과 추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조사는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19~69세 경기도민 1천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바일 설문조사로 신뢰도는 95%, 오차 범위는 ±3.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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