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유죄' 여성시민단체, 대법원을 규탄[사진=강지영 기자]

[서울=월드투데이] 강지영 기자 =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안태근 검사장의 2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여성들이 해당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다수의 여성단체로 모인 시민단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3일 대법원 앞에서 안태근에 무죄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여성단체와 취재진 등 많은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검찰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가?’을 제목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송 사무처장은 “대법원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재량은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성폭력운동의 핵심은 잘못된 통념에 맞서 싸우는 것이었다”며 “소위 ‘객관적’, ‘중립적’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 가해자 중심적인지 드러내고 비판하고 바꿔온 역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량을 말하기 전에 재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두루 살펴보아야 했다”고 규탄했다.

이후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에 원점회귀로 답한 후안무치한 판결’이라는 제목으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발언을 이어갔다.

배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발생한다. 약자인 피해자가 강자인 가해자로부터 당하는 폭력이다”라며 “2018년 여성노동자회가 운영하고 있는 평등의 전화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내담자 가운데 무려 60.4%가 2차 피해를 호소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배진경 대표는 “가해자는 본인의 범죄를 무마하기 위해서 내부를 단속하고 조직한다”며 “2018년도 평등의 전화에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으로 상담해 온 내담자 가운데 절반이 왕따와 폭언, 폭행을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안태근은 유죄이다. 사법부는 공범이다”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안태근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의 여론이 궁금하냐”며 “여론과 반응은 한가지 해시태그 행동으로 요약된다. 안태근 유죄”라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안태근은 유죄라는데. 직권남용이라고 하는데 대법원에서만 아니라고 한다”며 “이는 미투 운동으로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여성들에게 그만하라고, 우리사회는 그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장에서부터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추행과 조직 내 성폭력을 범죄로 처벌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예지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회 청년위원은 “초범이라서, 나이가 어려서, 미래가 밝아서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이에 ‘법이 두렵지 않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가정과 직장 등 삶의 자리에서 또다시 폭력을 가했다”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그리고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성폭력 문제는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사회, 여성이 ‘살 수 없는’ 사회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청년위원은 “사법당국과 정부는 성폭력 가해자 및 기업 관행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성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해야 한다”며 “직장 내 여성의 성적대상화 및 성추행, 성폭력 척결을 위한 공무원, 검찰, 경찰,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행동과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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