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장수의 과정에서 노령성 질환 겪어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100세 시대를 위해 인간과 노령견이 넘어야 할 산

‘100세 시대’라는 말은 오래 살 수 있다는 단순한 뜻일까?

인간의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은 먼 옛날 진나라의 시황제가 영원불멸을 갈망하던 때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100세를 살려면 우리가 겪어야 할 사안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동거하는 반려동물은 삶은 어떠할까? 별반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오로지 몇 살까지 살 것인가에 대해서만 초점 맞춘다면 삶을 너무 양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장수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인간과 같이 반려견도 장수의 과정에서 많은 노령성 질환을 겪는다. 인지기능 장애(인간의 치매)를 포함해 암,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백내장, 녹내장, 신장 질환 등 수없이 많은 장애물과 같은 질환을 극복해야만 영생의 삶을 살 수 있다. 대표적 노령성 질환인 눈과 신장(콩팥) 질환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사진제공=shutterstock)

개의 노령성 안과 질환

평생 우리와 함께한 반려견이 시력을 잃는다고 가정해보자. 가족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울 것이다. 눈병의 유형에는 외상, 각막염, 포도막염 등과 특히 노환으로 안구 내 질환의 진행되는 백내장, 녹내장이 있으며, 고혈압에 의한 망막 손상 및 선천성 진행성 망막 위축 등 매우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개의 백내장

개의 백내장은 노령성으로 모든 품종에 발생할 수 있으나 다발 품종으로는 스무스 폭스 테리어,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허배너스, 비숑 프리제, 실키 테리어, 미니어처·스탠다드 푸들, 미니어처 슈나우저, 보스턴 테리어 등이 있다.

스무스 폭스 테리어, 허배너스, 보스턴 테리어 (사진제공=akc)

백내장의 발생 원인으로는 보통 선천성 및 노령성·당뇨성이다. 선천성과 노령성 백내장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지만, 당뇨성 백내장은 짧은 기간 내 빠르게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는 노령견의 눈이 갑자기 하얗게 보이면 당뇨성 백내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을 때에는 수술로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반려견의 백내장 (사진제공=shutterstock)

실명의 위험이 큰 녹내장

실명의 위험이 가장 큰 녹내장의 경우, 인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노령성 안과 질환이다. ‘과연 개도 암에 걸릴까’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노령견의 주요 사망 원인이 암이라니, 게다가 녹내장까지 인간과 똑같다니 개와 인간이 잠시 헷갈리는 듯하다. 어쨌든, 녹내장이란 눈의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으로 시신경이나 망막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을 말한다.

반려견의 녹내장 (사진제공=미주리대학 수의학과)

눈에는 안방수라는 액상 물질이 생성된다. 이 액상이 나오는 만큼 잘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안압이 상승한다. 이런 경우 증상으로는 안압 상승으로 인해 통증이 심할 수 있고 안구가 급격하게 커져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의 경우 안압이 서서히 상승하는데 반려견은 하루에서 이틀 만에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커 응급질환에 속한다. 녹내장 증상이 생긴 뒤 수일 내로 응급처치를 받으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영구적인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녹내장의 경우 고통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그에 따른 응급 처치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이로 인해 통증을 호소할 경우 진통제를 처방하기도 하며 약물로 안압을 조정하기도 하고, 시력 조절에 실패할 경우 외과적으로 감압술을 실시하거나 의안 삽입 또는 안구 적출술을 할 수도 있다.

이전의 시대를 생각해보면 개 백내장, 개 녹내장 같은 질환을 상상이라도 해보았는가? 살기 편리한 세상일수록 우리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만 가는 느낌이 든다.

 

반려견 질환의 비용적 부담

다음은 개 신장투석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본 내용 언급 이전, 진료비에 대해 필자가 느꼈던 미묘한 뉘앙스를 잠시 짚고 가겠다. 얼마 전 의사인 친구가 서울 모 종합동물병원에서 신용카드 3개월 할부로 삼백여만 원을 결제했다고 투덜댔다. 필자가 듣기에는 고가의 진료비에 대한 불만어린 말투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반려견이 이러한 고가의 진료 혜택을 보게 했다는 자부심이 섞인 표현이기도 했다.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보험 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노령성으로 오는 반려견의 질환은 여전히 진료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개의 신장 질환과 투석 방법

본 내용으로 들어가면 반려견의 신장(콩팥) 질환은 그 기능이 약 10% 이하로 저하된 말기신부전 환자로 원활히 콩팥을 통해 노폐물 배출이 불가능해 체내에 독소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축적된 노폐물은 수액 치료, 혈액투석(Hemodialysis), 복막투석(Peritoneal dialysis), 지속적 신대체요법(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CRRT) 등을 통해 제거하는데 만성신부전이거나 독소가 많이 쌓이면 수액 치료나 복막투석만으로는 독소를 충분히 제거할 수 없어 혈액투석 또는 CRRT를 해야 한다.

 

개의 혈액투석 모습 (사진제공=Getty Image)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먼저 혈액투석의 경우 시간은 3~5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혈액을 정화하는 투석기를 이용하여 혈액 내 독소와 이물질을 제거한다. 반려동물은 인간처럼 평생 혈액투석을 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보다 월등히 작은 체구는 물론 투석에 사용할 수 있는 혈관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의 혈액투석은 일시적으로 몇 차례 정도만 진행된다.

복막투석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복막투석은 복강 내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을 이용한다. 투석액을 복강 밖에 주입하면 복막이 필터 역할을 하면서 혈액의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복강 쪽으로 이동하는 원리이다. 배 안에 약 0.5~1L의 복막투석액을 넣고 하루 3-4회 투석액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혈액 내 노폐물을 단시간에 빼는 혈액투석에 비교한다면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기는 하나 입원을 통해 시행해야 하며 혈액투석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CRRT를 받는 모습 (사진제공=OVC)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은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혈역학적 변동 없이 수분과 혈액 내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고 많은 양의 수분 제거가 가능하며 충분한 정맥 내 수액 투여, 영양공급 등이 가능하다. 최근 인간뿐만 아니라 대형종합 동물병원에서 그 이용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CRRT는 간헐적으로 하루 1회 4시간동안 투석하는 기존 방식(가장 일반적인 혈액투석)이 아니라 복합적인 질병을 가진 위급한 환자에게 24~48시간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게 위급 환자에게 기존 혈액투석 치료를 하게 되면 순환장애나 저혈압을 유발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CRRT는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이 방법의 단점으로는 반려견 환자를 진정시키거나 전신마취를 시켜 시술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으로 구토, 대사성 뼈 질환, 카르니틴(Carnitine) 및 타우린(Taurine) 부족 현상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게다가 처음 2~3회 시술 비용이 3~5백만 원 정도 고가인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만성신부전은 완치되지 않는 질환이지만 혈액투석 및 CRRT 치료 후 다시 건강하게 지내는 반려동물도 많이 있다. 혈액투석이 소중한 반려동물에게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저작권자 © 월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