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 지역의 콘졸라 공원에서 산불을 피해 도망치던 캥거루 한마리가 엉덩이뼈가 골절돼 쓰러졌다. 지역 야생동물 구조원이 이 캥거루를 발견해 안락사시켰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서울=월드투데이] 박형준 기자 = 그린피스는 14일 장기화되고 있는 호주 산불 사태와 관련해 호주 정부에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의 석탄 수출국으로, 한국도 수입하는 석탄의 상당량을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린피스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호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호주의 반 기후변화 정책에 한국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호주 남부에 서식하는 와틀버드가 산불로 떼죽음을 당했다.[사진제공=그린피스]

그린피스는 “한국은 석탄 수입량의 30%를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고, 한국 금융기관과 건설업체들은 호주 석탄 채광사업에 투자와 시공을 주도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들은 2018년 석탄소비량을 전년대비 3.5% 줄였지만, 한국은 석탄소비를 2.4%늘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같은 한국 공적금융기관과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같은 민간금융회사는 호주의 광산 개발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호주산불대응팀장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산업을 빠르게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밀튼 동물병원 소속 수의사인 카이틀린 맥파든씨가 호주 산불로 피해를 입은 주머니 여우를 구해 치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이날 호주 산불의 참상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 기후 탓에 호주 산불이 대재앙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산불 시즌은 더 일찍 시작해 더 오래 지속하고,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예측하기도 더 어려워졌다”며 “늘어난 무더위와 가뭄이 숲을 메마르게 했고, 초대형 산불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드론 촬영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지역의 캥거루 계곡이 산불 피해를 입은 모습[사진제공=그린피스]

호주 산불은 지난해 9월 발생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한만한 크기의 면적이 불에 탔고, 20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코알라와 캥거루, 주머니쥐 등 야생동물들은 10억마리 이상이 죽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호주의 여름은 원래 고온건조하지만, 지난해에는 특히 기록적 폭염과 가뭄을 기록했다. 호주 기상청도 2019년은 호주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한 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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