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경의 '시선'] 따뜻한 물 속의 개구리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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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의 '시선'] 따뜻한 물 속의 개구리로 남을 것인가
  • 윤태경 기자
  • 승인 2020.01.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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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경 본부장
▲윤태경 본부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반 넘어서까지 과반의석을 넘긴 157석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얼마든지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숙원사업이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국가발전을 위해 필요한 법이니 통과시켜달라’고 수차례 대(對) 국회 호소도 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문재인 야당이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있을 때 밀어붙인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가능했다. 본인이 밀어붙인 법 때문에 본인이 발목 잡혀 버린 셈이다.

문재인 여당의 현재 의석수는 129석이다. 과반의석에 무려 22석이나 부족하다. 그런데도 ‘1+4 협의체’ 야합으로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유치원 3법 등등을 일사천리로 강행 통과시켰다. 박정권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극렬 반대도 무용지물이었다.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의석으로도 국회선진화법 테두리 안에서 선거제도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악법들을 강행 처리했다.

교섭단체도 아닌 군소 정당들을 각종 미끼로 우군화시켜 국회선진화법 문턱을 넘었다.

법적 근거도 없는 ‘1+4 협의체’의 야합으로 ‘교섭단체 중심 국회 운영’이란 대원칙은 파괴되었다. 의회민주주의는 훼손되었고, 겉치레 법치가 활개를 친다.

참다 못한 대학교수 6천여 명이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교수들은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짓의 나라로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악성 국정농단의 의혹 주범들은 대부분 청와대에 포진하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등등 각종 사건의 주요 혐의자들은 대부분 청와대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권은 국정 실패, 국정농단의 신(新)적폐 쌓기를 하면서도 반성은커녕 더욱 공세적으로 나온다. 문 정권이 이해 불가의 언동을 일삼는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가 지리멸렬한 자유한국당의 존재이고 둘째는 탄핵 찬반으로 쪼개져 분열을 거듭하는 보수진영이며 셋째가 30%를 전후한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핵심지지층이다.

문 정권이 믿는 구석 그대로 총선 이후 4년 동안 자유한국당은 따뜻한 물속의 개구리였다. 삶아 익혀 죽는지도 모르고 집안싸움 하면서, 탄핵 민심을 배반하면서 허송세월했다. 4년 동안 총선, 대선, 지방선거, 재보선 등등 모든 선거에서 4전 4패로 대패했다. 그러고도 정신 못 차린 게 자유한국당이다.

문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은 오합지졸 같은 자유한국당을 대안세력으로 여기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자유한국당은 문정권의 침몰을 막아주는 최후의 방파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탄핵 반대세력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김세연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의 민폐고 생명력을 잃은 좀비 정당’이다. 탄핵 민심을 배반한 수구 정당, 화석 정당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버텨 주면 줄수록 문재인 정권의 권력 기반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은 슬프지만 현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밀린 숙제하듯이 보수 통합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그 숙제도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듯한 인상이다. 독재 권력에 맞서 투쟁한다고 하지만, 큰 싸움은 윤석열 검찰이 다 해줬다. 검찰이 대리싸움을 잘 해 줘 숨돌릴 여유가 생기자 또 고질병인 탄핵 민심 수용이니 마니 하는 집안싸움을 해댄다.

좌파정권에 대한 보수진영의 불신과 혐오감은 크다. 하지만 보수진영 내 탄핵 찬반 세력 간 불신과 혐오감은 더 깊은 것 같다. 이 문제를 정리 못 하면 총선패배 굴욕뿐이다.

우리 선조들은 400년 전 무능한 군주, 편 갈라 쌈박질하는 신하들 때문에 병자호란을 당했다. 임진왜란을 당한 지 40년도 안 됐다. 남한산성으로 도망가서도 주전·주화파로 또 싸웠다. 결국, 무능한 임금의 이마가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청 태종에게 절을 하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의 삼전도 치욕을 겪었다.

이번 총선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선거다. 여기서 4연패에 이어 5연패 한다면 무능한 보수 때문에 좌파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 주는 꼴이다.

유권자인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이번 총선은 가망이 있다. 가망이 있다는 것은 권력 독주에 제동이 걸리고 훼손된 의회민주주의가 조금이라도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준다.

보수진영의 파열음은 박근혜 뇌관에서 비롯되고 있다. 가망 있는 총선을 위해선 박근혜라는 뇌관을 어찌할 것인지부터 결정지어야 한다. 미루고 덮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윤태경 기자    songinmo50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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