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서열 매기기, 리더가 되어주자

<편집자 주> '월드투데이'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개의 '서열매기기', 조상인 늑대의 무리생활 습성

"우리 집 개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아~", "아무래도 우리 집 개는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개를 키우는 친구들이 심심찮게 하는 얘기다. 개들이 서열을 매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많은 반려인은 이를 그저 개의 귀여운 사고방식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웃고 넘기는 이 '서열 매기기'는 사실 개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개는 오래전 조상인 늑대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늑대들은 보통 무리생활을 한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데 있어서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리더는 무리를 통제하고 질서를 세운다.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은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며 무리 생활을 평화롭게 유지한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개는 그 습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늑대는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반려견들은 자신의 사람 가족을 무리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서열을 매긴다. 이들이 가족 내에서 서열을 매기는 방법은 의사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또 구성원들이 주로 따르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반려견은 리더를 믿고 따르는 것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그렇다면 반려견에게 믿음직한 리더로 인식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언스플래시

반려견에게 리더로 인식되려면

우선, 개의 습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견은 사람의 목소리 높낮이, 손짓, 행동 모두에 반응한다. 주로 낮은 목소리에서는 권위를 느끼고 따르게 되며, 리더가 우유부단하게 행동한다면 반려견도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따라서 보호자는 결단력과 단호함이 필요하다. 또한, 산책할 때나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등 낯선 환경에 불안정한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들에게는 리더로서 보호자로서 이들을 안심시켜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반려견에게 자제심과 복종심을 길러주는 방법으로 '앉아', '기다려'와 같은 간단한 훈련이 있다. 반려견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여러 번 혼내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냉정하게 "안돼!"라고 한 번의 주의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진=픽사베이

내가 꼭 반려견의 리더가 되어야 할까?

하지만 이러한 훈련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애완동물'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반려견을 소유물보단 가족으로 여긴다. 개들이 늑대로부터 갈라져 나온 지는 수만 년이 흘렀고,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사람과 함께하며 사회화되고 있는 반려견들에게 서열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존재한다고 해도 반드시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누가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

억압을 위해서가 아닌 안정감 위한 ‘리더’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사람도 처음 태어나면 가정, 학교와 같은 여러 집단을 거치며 교육받고, 친구를 만들며 세상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면서 사회화된다. 개도 마찬가지다. 개가 사람들과 무리 지어 살기 위해서는 사회화가 필요하고, 사랑하는 반려견을 바르게 사회로 이끄는 것은 온전히 가족들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견을 억압하고 독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르게 사회로 이끌어주고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해주는 의미에서 리더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개는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면서 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눈높이가 아닌 반려견의 눈높이에 맞춰 사랑하는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멋진 리더가 되어주자.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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