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구성면 금평리 전원주택 텃밭에 심겨 진 고구마 새싹을 보고
김경희 고문(한국수채화작가회 회장, 전 건국대 이사장)
<금평리 어느 생명체의 절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인간의 삶을 위해서 태어난 나
고구마란 이름으로 인간과 인연을 맺은지 수 천년
인간의 주린 배를 채워주며 삶의 존재와 자존심을 지켜 온 나.
이제 나의 삶과 종족의 번식과 인간과의 인연도 금평리에서 끝인가 보다.
신심 깊으신 목사님의 손에 이끌려 금평리로 이사를 왔을 때,
나는 삶의 희열을 느꼈다
내 삶의 새로운 터전이 마사토인 점에서 희열은 극에 달했었다.
아~
안타깝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목사님의 손을 빌어 삶의 터전을 잡는 순간 나의 희열은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도, 훌륭한 마사토인 내 삶의 터전도 그 분 때문에 한순간의 꿈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 분은 나를 막무가내로 땅에 쑤셔 넣었다
최소 네 마디 이상을 아주 얕게 묻어야만 내 삶을 영위할 수 있거늘...
그 분은 나를 숨을 쉴 수 조차 없도록 깊디 깊은 땅속으로 묻어버리고 말았다.
아~
나의 삶이여, 존재의 이유여~
인간과 수천 년을 이어온 나의 삶이,
인간만을 위하여 헌신해 온 나의 존재 가치가,
신심 깊으신 그 분으로 인해 종말을 고해야 한다.
아~
이게 아닌데, 이럴 수는 없는데...
금평리여,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를 벗삼아 꿈꾸어 온 나의 삶이 여기 금평에서 끝나누나.
슬프고도 슬프도다,
그 누가 이 고구마의 비통함을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이냐!!!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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