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AFP)

[월드=월드투데이]서정만 기자= 미국 정부가 그동안 경고하던 대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한다.

7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6일자로 미국의 WHO 탈퇴 절차가 시작됐음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게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탈퇴서는 3문장짜리의 짧은 문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WHO를 탈퇴하기 위해서는 1948년 채택된 미 의회 결의안에 따라 1년 전 통보, WHO 회원국 분담금 잔액 납부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탈퇴가 확정되는 것은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이다.

WHO 대변인은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미국은 WHO의 최대 지원국이지만 현재 경상비와 분담금 약 2억달러가 밀려 있는 상태라, 분담금 잔액을 모두 내야 WHO 회원국 지위를 공식 반납할 수 있다.

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부실 및 WHO의 태도가 중국 편향적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며 지난 4월부터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특히 5월 1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한 달 내에 WHO의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회원국 지위도 재검토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같은 달 29일 기자회견에서도 코로나19 대응 부실 및 발원국인 중국에 대한 WHO의 편향된 태도를 지적하며 WHO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WHO에 연간 4억5000만달러(약 5388억원)를 내는데도 WHO는 연 4000만달러(약 479억원)만 내는 중국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WHO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액수의 분담금을 납부해왔다. 2018~19년에는 WHO 전체 예산의 약 15%에 달하는 9억9000만달러(약 1조1863억원)를 지원했다.

따라서 미국이 WHO에서 탈퇴할 경우 WHO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 국제적 여론이다.

미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국 내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비난을 외부로 돌리고자 'WHO 탈퇴'를 결정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했던 공화당의 중국 태스크포스 위원들도 미국이 WHO 회원국으로 있어야 변화를 위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재고를 촉구했고, 민주당에서도 “대통령이 분별없는 행동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또한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첫날 WHO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탈퇴를 위해서는 1년이 남아 있는 만큼, 잔류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WHO 탈퇴 결정에 앞서 지난 2018년에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했고, 작년 11월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도 탈퇴하겠다고 유엔에 공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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