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한일시멘트 제공=뉴스1

 

[서울=월드투데이]김대현 기자=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멘트업계가 거대 여당과 지방정부의 선심성 포퓰리즘 법안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로 시멘트 매출이 큰폭으로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자원시설부담세’ 때문이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시멘트 생산시설이 위치한 지역에 있는 시멘트 업체에 1t당 1000원의 세금(지역자원시설세)을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과세액의 65%는 시멘트 생산시설이 있는 시와 군 등 지자체로 들어간다.

이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도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인해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돌연 여당에서 이를 재발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행안위는 오는 24일 해당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 통과를 목표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산업의 업황 부진도 이번 법안을 반대하는 업계의 논리 중 하나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수요는 최근 4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7년 5670만톤이었던 수요는 2018년 5130만톤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4950만톤이 됐다. 올해도 건설경기 악화로 4550만톤의 수요가 전망된다. 4550만톤은 외환위기 IMF직후인 1998년 4570만톤보다 더 감소한 수준이다.

만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멘트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자원시설부담세는 506억원에 달한다. 시멘트업계의 올 1~3분기 매출이 3146억원(전년대비 10%) 감소한 상황에서 세금폭탄을 맞는 상황이 된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 2005년 이후 15년만에 두자릿수 매출 감소를 기록할 정도로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이번 법안 통과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자원시설부담세는 선심성 법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조성된 세수가 삼척, 동해, 영월, 제천, 단양 등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지역 이외에도 생산시설과 직접 연관이 없는 강원도와 충청북도 두 광역단체에 150억원 넘게 배정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여당이 이들 광역단체의 세수를 늘리기 위해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발의한 이개호 의원을 비롯해, 발의에 이름을 올린 의원 11명의 지역구가 강원, 충북과 무관하다는 점도 ‘선심성’ 법안이라는 의심이 들게 하는 배경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강원도 산하 강원연구원이 연간 피해규모를 3240억원으로 산정했는데, 고작 15.6%에 불과한 과세 수익을 위해 입법을 강행하는 셈”이라며 “주민 피해를 생각한다면 시멘트업체의 조업 중단이나 관외 이전을 추진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지 중심 산업인 시멘트업의 특성상 사업장을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여당과 광역단체가 입법을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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