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온도의 물체일 수록 짧은 파장의 빛 방출
빈의 변위 법칙, 양자역학의 실마리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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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물체가 뜨거워지면 빛을 내는 현상은 인류 문명이 처음 등장하던 시기부터 인간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용광로에서 뜨거워진 쇳물이 빛을 내는 현상이 있다. 실제로 뜨거운 물체의 발광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가 시작된 곳도 제철소였다.

적외선 온도계가 없는 시절에는 쇳물과 같은 뜨거운 물체의 온도를 직접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쇳물은 온도계를 녹여버릴 정도로 뜨겁기 때문에 온도를 측정하기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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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인류는 고대부터 경험적으로 쇳물의 색을 통해서 온도를 추정하곤 했었다. 온도마다 쇳물이 띠는 색이 달랐다. 하지만 대체 왜 색이 중요한지 알지는 못했다.

쇳물과 같이 뜨거워진 물체가 빛의 형태로 열을 방출하는 현상을 복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물체 표면에 빛이 입사하면 일부는 반사하고 흡수한다. 그래서 물체에서 나오는 빛은 반사광과 복사광 둘로 이루어져 있다.

복사광만 생각하려 한다면 반사광은 방해만 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반사광 없이 모든 입사광을 흡수하는 물체를 생각해 이론을 만들었다. 이 물체를 '흑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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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체에 대한 이론이 등장한 시기는 19세기 중순부터였다. 구스타프 키르히호프는 '흑체 복사'의 세기는 물체의 크기나 모양과는 관계없이 오직 물체의 온도와 복사광의 파장에만 관련된다고 밝혀냈다.

그러나 당시 이론으로 흑체 복사를 기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실험 결과가 필요했는데 실험 또한 쉽지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입사광을 반사하는 흑체라는 물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떤 검은 물질이던 입사광의 일부를 반사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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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빈은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속이 빈 물체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구멍을 통해 입사한 빛은 물체 안에서 반사되면서 갇히게 된다. 

입사광이 다시 구멍 밖으로 나가기는 많이 어렵다. 따라서 뚫린 구멍은 거의 완벽한 흑체가 된다. 구멍에서 방출되는 빛은 물체의 온도에 생성된 복사광이고 반사광은 거의 없다.

실제로 제작한 구멍은 거의 완벽한 흑체였다. 구멍은 흑체의 온도에 따른 방출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공식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증명해냈다.

[사진=빌헬름 빈 / 노벨 재단]
[사진=빌헬름 빈 / 노벨 재단]

빈은 구멍 뚫은 물체의 온도를 변화시켜가며 복사광의 파장을 측정했다. 흑체 복사는 모든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데 좀 특별한 파장이 있었다.

온도에 따라 가장 많이 방출하는 파장이 존재했다. 가장 많이 방출되는 파장의 색이 우리 눈이 감지하는 색이므로 온도에 따라서 물체의 색이 다른 사실이 설명됐다.

또한 물체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가장 많이 방출하는 파장이 점점 짧아졌다. 물체를 고온으로 높일수록 파란색이나 보라색에 가까워졌다. 이를 '빈의 변위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발견은 온도계 없이 광원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됐다. 물체의 온도에 따라 정해진 색상을 띤다면 광원의 색을 통해서 물체의 온도를 짐작할 수가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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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같이 짧은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 광원은 뜨겁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빨간색 불꽃보다 파란색 불꽃이 온도가 더 높다고 한다.

현재 사용되는 적외선 온도계도 물체가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광의 파장을 측정해 표면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편 실험 결과인 빈의 변위 법칙과 이론으로 계산한 '레일리-진스 법칙'은 짧은 파장에서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두 결과가 서로 다르다는 점은 당대 물리학의 큰 문제로 작용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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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막스 플랑크는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빈의 변위 법칙을 살짝 수정해 복사광이 특정 에너지만 가진다는 '양자 가설'을 세워 다시 이론적으로 계산했다.

그의 계산은 빈의 실험 결과와 잘 일치했고 플랑크의 과감한 시도는 양자역학의 시작이 됐다.

그리고 빈은 '열 복사 법칙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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