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별이 스쳐 지나가고, 풀이 일어서다...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

[월드투데이 이하경 기자] 시인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전 '아 김수영'이 서울 인사동에서 개최된다.

한국 문학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거목 김수영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수영기념사업회'가 지난 12일 발족하는데 이어 그의 기념전도 이달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린다.

이번 기념전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인물은 도시환경미화원 김발렌티노(63)씨다. 그는 시인 윤동주와 김수영에 '미친' 사나이다. 고등학교 시절 모친과 친분이 있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천승세(1939~2020)의 영향을 받아 문학청년이 된 그는 대학 시절 하루가 머랃 하고 천승세 집에 놀러갔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시인이자 화가, 연극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는데 지난 2002년부터 8년 동안 모두 네차례 알코올 중독으로 폐쇄병동에 갇혔다. 

2006년 가톨릭 신자가 된 그는 2012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본명을 버리고 가톨릭 영세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으며, 알코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 배달'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나서고 1년쯤 지난 2011년 7월부터 15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 배달을 했어요. 매일 한지에 붓글씨로 시를 쓰고 장미꽃 한송이와 함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전했어요"라며 "100일과 1년이 되던 날엔 최승호 시인과 황지우 시인에게 시 배달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던 지난 2017년 9월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종로구 창운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서시' 엽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어떤 날은 300장을 배달하기도 했다. 엽서 앞면엔 그가 형님으로 부르는 윤동주의 '서시'가 뒷면에는 자작시 '향'이 수필로 적혀있다.

그는 언덕에서 김수영의 시 '푸른 하늘을'에 자신이 음을 붙인 노래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해 9월에 그가 100일동안 진행한 유동주 시음악제의 마지막 행사에는 기타리스트 김광석, 마임 예술가 유진규, 캘리그래피 작가 이상현, 대금 연주자 이웅열, 춤꾼 장일승 등이 참여했다.

올해 여는 김수영 시인 기념전도 2017년 윤동주의 탄생 100주년 시음악제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 행사에 초대하는 초대사는 '두 형님'이라는 그의 글로 대체돼었다.

그는 2015년 서울에서 카페를 하다가 건물주에게 쫓겨나 올 2월부터 서울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도 11월이면 끝나 그 이후의 삶은 자신도 모른다. 

기념전이 시작하는 18일과 김수영 탄생일인 27일에는 종로 보신각에서 정오에 기념 타종도 진행한다. 기념전에는 박재동, 이태호, 김구, 정응균, 김종도, 최연, 박순철, 유준, 임덕호, 임미경, 정주화, 권도경, 신은영 등이 참여해 김수영 시인의 자화상과 그의 시 주제와 관련한 그림을 전시한다. 

김씨는 초대사 '두 형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모든 시인을 사랑해요./ 특히 윤동주와 김수영을 사랑하죠.// 윤동주 형님은/ 바람에 스치는 별이라서// 김수영 형님은/ 바람에 일어나는 풀이라서요.// 윤동주를 읽으면/ 더러운 피가 맑아지고// 김수영을 읽으면/ 식은 피가 뜨거워져요.// 윤동주 형님은/ 물로 세례를 주시고//김수영 형님은/ 불로 세례를 주시죠.// 윤동주 김수영/ 두 형님, 늘 고맙습니다.// 진실로 온 몸으로/ 맑고 뜨겁게 살아가겠습니다.// 바람에 스치는 별처럼/ 바람에 일어나는 풀처럼요."

바람에 일어나는 풀처럼, 스치우는 별처럼 시를 사랑하고 살아가는 김발렌티노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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