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가 파란 이유...레일리 산란
벵카타 라만, 산란 현상 연구하다 라만 효과 발견

[사진=픽사베이]

[월드투데이 권성준 기자] 왜 저녁노을은 붉고 낮의 하늘은 푸를까? 하루의 시간에 따라 하늘의 색이 바뀌는 현상은 인류가 먼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이유를 몰랐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빛과 공기 중의 분자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어떤 상호작용이 존재하길래 대낮에는 파란색이고 노을이 질 때는 붉은색을 띨까?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선 먼저 빛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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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 존 틴들은 분자가 복사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틴들은 분자 규모의 작은 입자를 연구했기 때문에 다른 오염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깨끗한 기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오염물질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체를 담은 용기에 빛을 쐈다. 불필요한 입자가 있다면 빛과 충돌한다.

빛이 작은 입자와 충돌하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산란이라고 한다. 짙은 안개가 낀 밤에 손전등을 켜면 빛의 경로가 밝게 나타나는데 빛이 안개 입자와 충돌해 산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틴들은 산란 현상을 이용해서 기체를 담은 용기에 오염물질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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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들은 실험을 진행하던 도중 어떤 용기는 담긴 물체의 원래 색과 달리 옆에서 보면 파란색으로 보이고 빛을 쏜 면의 뒷면에서 바라보면 붉게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현상을 틴들 효과라고 부른다. 틴들 효과는 가시광선의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입자에 빛을 쏠 경우 일어난다. 우유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서양인의 눈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도 틴들 현상으로 설명한다.

틴들 효과가 발견되고 레일리 경은 틴들 현상이 일어나는 크기보다 더 작은 입자의 산란을 이용하면 하늘이 파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기 중의 입자들은 일반적으로 빛의 파장에 비해 크기가 더 작다. 작은 입자에서 일어나는 산란은 1881년 제임스 맥스웰이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설명이 가능해졌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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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리는 빛이 입자와 충돌하면 빛의 전기장이 중성이었던 입자를 편극 상태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편극 상태는 입자의 한쪽 부분이 (+) 극을 띠고 반대편은 (-) 극을 띠는 상태를 의미한다. 편극된 입자는 다시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레일리는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산란되는 빛이라고 설명했다.

산란된 빛의 세기를 계산하면 입사광 파장의 네 제곱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가시광선이 대기 중으로 입사할 경우 파장이 짧은 청색광이 가장 강하게 산란된다. 적색광보다 대략 16배가량 더 많이 산란된다. 낮에 안구로 들어오는 빛의 대부분은 청색광이고 자색광은 안구가 잘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이런 산란을 '레일리 산란'이라고 부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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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석양이 질 무렵에는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은 살짝 비스듬한 경로로 들어온다. 따라서 노을이 질 무렵에는 가시광선이 통과하는 대기의 경로가 대낮보다는 좀 더 길어진다. 대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청색광은 빠르게 산란되어서 사라지고 적색광만 남아 안구에 도달하기 때문에 노을이 붉은색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다가 파란 이유는 무엇일까? 레일리는 바닷물이 하늘의 색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완벽한 설명은 아니었다. 실내 수영장만 하더라도 하늘과 막혀있지만 푸른색으로 보인다. 그리고 반사는 바다의 표면에서 일어나므로 물의 깊이와는 관계가 없어야 하지만 바다는 깊을수록 진한 파란색을 띤다.

[사진=벵카타 라만, 노벨 재단]
[사진=벵카타 라만, 노벨 재단]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과학자는 벵카타 라만이었다. 라만은 여행을 하던 도중 지중해의 색을 보면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가지고 있었던 작은 분광기와 니콜 프리즘이라는 광학 장치를 이용해서 바닷물과 빛의 상호작용을 연구했다. 라만은 최종적으로 바다가 파란 이유도 레일리 산란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라만은 빛이 물에 입사할 경우 적색광이나 녹색광과 같이 긴 파장을 가지는 빛은 물에 흡수되지만 청색광이나 자색광과 같이 짧은 파장을 가지는 빛은 산란되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산란된 청색광이 안구로 들어오기 때문에 바다가 짙은 푸른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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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와 같은 사실을 알아낸 이후 라만은 이 현상의 자세한 원리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그는 바닷물이 아닌 다른 여러 고체, 액체, 기체에서의 산란을 조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레일리 산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 발견했다.

레일리 산란은 입사광의 파장과 산란광의 파장이 같다. 다시 말해 청색광이 입사하면 산란된 빛은 청색광이다. 입사하는 백색광 중에서 청색광만 레일리 산란을 일으켜 청색광만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래서 하늘이 파랗게 보인다. 하지만 라만은 산란광에서 입사광의 파장과 다른 파장을 가진 빛이 섞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확히 라만이 발견한 것은 청색광을 입사했는데 녹색광이 섞여있는 현상이었다. 입사광의 파장을 바꿔 입사해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으며 새롭게 나타난 빛과 입사광의 에너지 차이는 입사광의 종류와는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입사광의 에너지가 항상 일정하게 어딘가로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났다.

[사진=라만 효과의 원리, 위키피디아]
[사진=라만 효과의 원리, 위키피디아]

이 현상을 '라만 효과'라고 부른다. 라만은 보어의 원자 모형을 통해 라만 산란을 설명했다. 보어의 원자 모형에 의하면 원자는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가 고에너지 궤도로 전이해 들뜬 상태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자가 저에너지 궤도로 전이하면서 빛을 방출한다.

만약 분자가 흡수한 입사광 때문에 들뜬 상태가 되었다가 정확하게 입사광과 같은 에너지를 방출하면 레일리 산란이 된다. 하지만 만약 흡수된 에너지의 일부가 분자의 진동, 회전 에너지로 전환되면 입사광은 일부 에너지를 분자에 놓고 나오거나 진동, 회전하던 분자에 흡수되었다가 진동, 회전 에너지를 같이 가지고 나오면 라만 산란이 된다.

입사광보다 에너지가 낮아지는 경우는 스토크스 선이라고 부르며 높아지는 경우는 안티 스토크스 선이라고 부른다. 또한 레일리 산란처럼 입사광과 산란광의 에너지가 같은 경우를 탄성 산란이라 부르고 라만 산란과 같이 입사광과 산란광의 에너지가 다른 경우를 비탄성 산란이라 부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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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만 효과의 중요성은 분자가 입사광의 일부를 진동 에너지로 바꾸는 데 있었다. 대부분의 분자의 진동은 적외선 영역의 빛을 방출하는데 라만 효과가 발견될 당시만 하더라도 적외선 영역을 검출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라만 효과를 이용하면 흡수된 에너지를 통해 분자의 진동을 분석할 수 있다.

현재에도 라만 효과는 여러 물질을 이루는 분자의 종류를 구분하고 진동을 분석하는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포의 정보 분석을 연구할 때에도 응용되고 있다. 라만은 빛의 산란 현상에 대한 연구와 라만 효과의 발견으로 193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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