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헌재 판결 이후 독일서 개인의 대마 소지 가능
녹색당 주도의 대마 합법화 연내 추진될까?
‘유럽 최초, 몰타-아시아 최초, 태국' 대마 합법화 선언

[사진=대마초, AP/연합뉴스]
[사진=대마초, AP/연합뉴스]

[월드투데이 최도식 기자] 몰타와 태국이 각 대륙에서 최초로 대마 합법화를 선언한 가운데 독일 역시 개인의 대마 흡연을 허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해 독일 총선에서 대마 합법화 문제가 중요 화두로 떠올랐다.

독일은 마약류 소지 및 재배, 제조, 거래 등을 일체 금하고 있지만 대마초 흡연에 대해선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모호한 실정이었다.

독일 규제물질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은 마약을 소지하기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대마초를 개인적으로 소비한 경우에는 해당되는 처벌 규정이 없다. 

이처럼 대마의 개인적 사용에 유독 관대한 이유는 앞서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헌법재판소가 소량의 대마 제품을 개인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취득 및 소지한 경우는 기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소량의 기준은 논의 끝에 6g으로 결정됐고, 이후 6g 이하의 대마를 소지한 자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라져 사실상 개인적으로 대마를 소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 상황이다.  

해당 판례는 개인이 마약을 소비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대마 합법화 논쟁에 불을 지핀 사건이다. 판결 이후 1997년부터 해마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대마 합법화 시위가 이어졌다.

신호등내각, 대마합법화 통과시킬까?

독일 녹색당은 대마 논쟁의 최전선에 서서 대마 합법화에 앞장서 오고 있다. 독일 내 주요 정당 중 대마 합법화 법안을 내놓은 유일한 정당이 바로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대마초 암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대마 단속에 투입되는 경찰 병력을 줄이기 위해 지정된 판매처에서 대마를 거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마초 합법화 시 마약 중독 문제 해결에 투입되던 세금을 절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로버트 하벡 녹색당 공동대표, EPA/연합뉴스]
[사진=로버트 하벡 녹색당 공동대표, EPA/연합뉴스]

뒤셀도르프 대학의 유스투스 호컵 경제학 교수는 연구 자료를 통해 대마 합법화 시 경찰력 절감 및 세수 증대로 매년 평균 26억유로(한화 약 3조 5000억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과 자유민주당 역시 대마 합법화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어 합법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연합 등 보수 정치권에서 해당 법안에 동의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유럽 최초의 대마합법화 국가가 된 몰타

독일에서 대마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가 유럽에서 최초로 대마 합법화를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몰타의 대통령 궁인 샌 안톤 팰리스, 로이터/연합뉴스]
[사진=몰타의 대통령 궁인 샌 안톤 팰리스, 로이터/연합뉴스]

몰타 의회는 지난달 14일 개인 소비용 대마 소지 및 재배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몰타는 유럽 최초의 대마합법화 국가가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도 있었다.

진보 정당인 노동당 소속의 로버트 아벨라 총리가 야권의 반발을 무릎쓰고 대마 합법화를 밀어붙은 끝에 찬성 37명, 반대 27명으로 아슬하게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대마 합법화에 따라 몰타에서는 개인 소비용 대마를 최대 7g까지 소지할 수 있으며, 가정에서 최대 네 줄기까지 대마를 재배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전에 대마 관련 문제로 처벌을 받은 사람도 전과가 말소된다. 

대신 무분별한 대마 판매를 제안하기 위한 대책도 수립됐다. 개인이 대마를 구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가의 허가를 받은 비영리단체를 거쳐야 하며 개인 간의 사적거래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공공장소에서 대마를 흡연하는 행위 역시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 앞에서 대마를 태우다 적발될 시 300∼500유로(한화 40만~67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아시아 최초의 대마 합법화 국가는 태국

태국 정부는 26일 대마를 규제 마약 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달 대마를 마약법상의 불법 약물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마가 마약청의 단속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개인이 가정에서 대마를 자유롭게 기를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보건부 장관이 "새로운 규정에 의거해 시민들이 관할 지역에 신고를 거친 뒤 집에서도 대마를 기를 수 있게 됐다"며 시민들에게 대마합법화 선언을 공식적으로 전했다.

[사진=대마초 합법화를 선언하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보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사진=대마초 합법화를 선언하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보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태국은 앞서 지난 2018년 의료용 대마의 재배 및 사용을 합법화했으며, 지난 2019년 총선에서는 아누틴 장관이 이끄는 품짜이타이당이 대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총선 이후 대마 합법화에 대한 우려의 입장도 있었다. 국제마약 감시기구의 위롯 숨야이 의장은 가정에서 재배된 대마가 악용될 수 있을 소지가 있다며 대마 합법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태국 정부는 금년 초 일반인에 대한 대마 규제 철폐를 선언해 아시아 최초로 대마 합법화 국가가 됐다. 

대마 합법화가 선언됐지만 마약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향정신성 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의 함유량을 0.2% 이하로 제안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한편 태국 정부는 해외여행객들이 자가격리 기간 동안 대마를 흡연할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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