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발견된 트로이 소행성 '2010 TK7' 이후 처음
달보다 먼 태양계 행성으로 진출하기 위한 기지로 활용 가능할 수도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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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유효미 기자] 지구의 두 번째 '트로이 소행성'이 확인됐다. 트로이 소행성은 태양과 행성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0이 되는 5곳의 라그랑주점 중 L4와 L5 주변에서 행성과 같은 궤도로 태양을 도는 천체를 말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우주과학연구소'(ICCUB) 연구원 토니 산타나-로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지구의 두 번째 트로이 소행성 '2020 XL5'의 존재를 확인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다.

목성을 비롯해 화성과 천왕성, 해왕성은 물론 금성도 이런 트로이 소행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지만 지구 궤도에서 트로이 소행성이 발견된 것은 지난 2011년 '2010 TK7' 이후로 10년 만이다. 

그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 2호가 각각 L4와 L5를 지나며 현장 조사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트로이 소행성은 망원경을 지평선 가까이 맞추고 떠오르는 태양에서 빛이 퍼져나가는 악조건에서만 관측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런 조건에서 관측할 수 있는 구경 4m 망원경을 물색하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4.3m 구경의 '로웰 디스커버리 망원경'과 칠레 세로 파촌 천문단지의  4.1m SOAR 망원경을 통해 L4에서 두 번째 소행성의 존재를 확인했다.

미래의 탐사 기지가 될 트로이 소행성

연구팀은 '2020 XL5'가 탄소가 풍부한 검은 천체로, 지름이 약 1㎞에 달해 약 300m에 그쳤던 '2010 TK7'보다 크다고 밝혔다. 

또 L4 주변부에 있어 지구와 비슷한 궤도를 유지하면서도 금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근접했다가 화성보다 더 멀리 떨어지는 타원 궤도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라그랑주점에 정확히 자리한 트로이 소행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부터 지구와 함께 태양 궤도를 돌아 초기의 형성 조건에 관한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트로이 소행성 발견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미래 탐사지로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

산타나-로스 박사는 "지구의 트로이 소행성은 태양계 탐사의 이상적인 기지가 될 수 있으며 자원 보고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인류가 달보다 더 먼 태양계의 행성들로 진출하기 위한 기지를 이 소행성에 건설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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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최초의 트로이 소행성, '2010 TK7'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난 2011년 7월, 지구의 공전 궤도 인근에서 '2020 XL5' 이전에 처음으로 소행성이 발견된 바 있다. 중력이 안정적인 지점에 위치한 이 소행성은 향후 인류가 달을 넘어서 우주로 진출할 때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나사)은 천체탐사용 와이즈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 궤도 인근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트로이소행성 '2010 TK7'를 발견했다. 폭이 약 200~300m인 이 소행성은 지구에서 약 8000만㎞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이 소행성의 공전궤도는 지구 공전궤도의 안팎을 드나들고 있으며 지구와 가장 가까워질 때는 약 2500만㎞까지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와이즈 망원경은 나사가 지난 2009년 미발견 천체 발견을 위해 발사한 광역 적외선 탐사 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은 지구 상공 약 523km 지점의 북극 근처에 안착해 있고, 유타 주립대 우주역학연구소가 제작한 360㎏의 우주 망원경 등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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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주차장, '라그랑주 점'이란?

라그랑주 점이란 한마디로 서로 중력으로 묶여 운동하는 천체들 간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 중력이 0이 되는 지점을 일컫는다. 예컨대, 태양-지구 체제의 라그랑주 점은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상의 3점과, 또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2점에서 중력이 0이다. 

라그랑주 점은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가 발견했다. 라그랑주는 세 물체 중 하나가 다른 두 물체보다 매우 가벼울 때, 이 가벼운 물체가 어떤 궤도를 지니는지 계산하였고 특정한 점에서는 이 가벼운 제3의 물체가 다른 두 물체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궤도를 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행성이나 별과 같은 큰 천체들의 주위에는 5개의 라그랑주 점이 생긴다. L1, L2, L3 는 사실 중력적으로 완전한 평형을 이루지 못한다. 만약 우주선이 이곳에서 표류한다면, 지구나 태양 쪽으로 끝없이 끌려갈 것이다.

반면 L4와 L5는 안정적이다. 그래서 '커다란 접시 위에 놓인 공'같다고 한다. 두 라그랑주 점은 지구 궤도의 앞뒤쪽 60도 지점에 위치하는데, 태양과 지구를 꼭짓점으로 하는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안정성 때문에 우주 먼지나 소행성들이 이곳에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목성의 궤도 위를 목성과 함께 도는 트로이 소행성군은 그 위치가 태양과 목성이 정삼각형을 이루는 곳임이 증명됐다. 

라그랑주 점이 갖는 이점은 많다. 이곳에 머무는 탐사선들은 태양 열기를 피해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훨씬 효율적인 소행성 탐색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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