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양국 관계 개선 전환점 마련…에너지 분야 협력 시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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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데이 이주원 기자] 이스라엘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터키를 14년만에 처음으로 방문했다고 AP,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 도착하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대통령궁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스라엘 대통령이 터키를 방문한 것은 2008년 이후 14년만이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제부터 터키와의 관계는 '상호 존중'에 기반하여 갈등을 해소할 것이라고 하며 우리는 모두 신앙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문이 서먹해진 양국 관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호 관심에 기초해 정치적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양국 공통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만남 이후 이스라엘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듯 지중해 동부에서 이스라엘이 개발한 천연가스를 터키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운송하는 방안 등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이 문제도 함께 거론됐을 것으로 보이나 주된 논의는 양국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터키 관계는 2010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당시 지원에 나선 터키 구호선을 이스라엘이 공격해 10명이 숨지면서 상호 대사 소환까지 할 정도로 악화됐다.

    양국은 이후 2016년 대사를 다시 임명하였으나 2018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여 미 대사관을 그곳으로 이전하였지만 가자지구 접경에서 팔레스티안인 수십명이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하면서 다시 나빠졌다. 이후 양국은 서로 대사를 부임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터키가 주변국들과의 갈등으로 지역에서 점차 고립되고 미국과의 관계도 나쁜데다 국내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외 관계 회복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한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전화통화도 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이스라엘 커플을 석방하여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에 헤르조그 대통령도 '평화와 협력'이라는 터키어가 동체 옆면에 새겨진 비행기를 타고 터키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에 앙카라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던 인도주의 활동가 단체를 비롯해 시위대가 그를 '살인자'로 부르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헤르조그 대통령은 10일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유대인 공동체를 방문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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